‘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호랑이덫’은 1929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표지

실로 기대하던 책이었다. 그만큼 전작의 구성과 캐릭터,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는 물론 그것을 풀어내는 문장력까지도 꽤나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전작이 상당히 어떤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후속작은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 ‘에드가 오’가 자신의 부족함을 보충하여 진정한 탐정으로 거듭나는 하드보일드가 될 수도 있었고, 적당한 미스터리에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을 살려 일종의 독립투쟁을 보여주는 역사소설로 갈 수도 있었으며, 놀라운 추리력을 선보였던 캐릭터를 좀 더 내세워 그들을 중심으로 한 본격 추리 소설로 이어갈 수도 있었다.

이 가능성들은 어떤 것도 놓치기 아까운,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무엇이라도 놓쳤다가는 이 시리즈의 밸러스가 무너질 것 같은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것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이야기 역시 훌륭하게 보여주었기에 꽤나 만족할만한 후속작이 아니었나 싶다.

전작에서 슬쩍 운을 틔웠으니, 후속작에선 좀 더 본격적인 추리물이 되길 바랬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추리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사용했으며, 그렇기에 퍼즐성은 다소 뻔하기 때문이다.

아니, 뻔하다고 하기엔 작가가 애초에 대놓고 떡밥을 뿌리긴 했다. 그래서 사건의 진상을 풀어본다는 것보다는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에드가 오가 진상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이라던가, 그리고 그 뒤에 감춰져있는 일들은 어떻게 해소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하드보일드한 에드가 오를 도와주는 두명의 안락의자 탐정들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더 기대되는 면이었는데, 실로 그것을 멋지게 보여줬다.

이야기를 특정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몰아가는 것을 나름 잘해서 흡입력 있게 볼 수 있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대상을 살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도 이야기와 잘 섞여있어 긍정적이다.

캐릭터와 이야기, 추리물로서의 기본, 그리고 시대상 등은 이번 소설에서도 잘 어우러져있어 실로 작가가 자기 소설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후속작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미처 다 풀리지 않은 이야기도, 개별 권으로서의 완결성이 부족한 불만족스런 면이 아니라,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느껴진다.

후속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새삼 기대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