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5’는 1931~1935년에 있었던 일본의 만주침공과 중국과 한국인들이 행했던 무장투쟁을 다룬 책이다.

표지

일제강점기를 그린 35년 시리즈, 그 5번째 책에는 1930년대 전반에 벌어졌던 일들을 담겨있다. 들어가기 전에는 먼저 그 시기 세계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그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이 어떤 정책 변화를 통해 세계의 흐름에 맞서려고 했는지 얘기한다. 그게 만주침공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중국과 조선 사람들이 핍박을 당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마치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면서 실제로는 등골을 뽑아먹으려 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행보가 잘 나타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거기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인데, 거기에 공산주의 이념과 공산당이 나름 큰 역할을 한 게 보였다. 그게 왜 해방 초기에 공산당이 우세했는지를 어느정도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산당은 왜 안되는가도 잘 보여줬다. 때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정책도 이상하거니와, 그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도 어이없고, 무엇보다도 이제껏 함께하던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의심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짓을 벌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본의 공작이 있었다고는 하나 애써 쌓은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듯한 모습에는 황당함마저 느껴졌다. 얼마나 그랬는지 일본 측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을 이해할 정도였다니까. 나라도 그따구 짓거리만 계속 되면 학을 떼고 배신자의 오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더라.

그런데도 단지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끝까지 죽음을 불사하는 모습엔 미련함 마저 느껴졌다. 순진한 사람들 같으니. 그건 반대로 중국인들의 개같음이 엿보이는 면이기도 했다. 애초에 그렇게 숙청된 건 단지 조선인들 뿐 아니던가. 처음부터 중국 휘하가 아니라 조선인들에 의한 별개의 조직이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도 남았다.

책에서는 만주에서의 일 외에도 임정이나 아나키스트 들의 활동도 담았는데, 이 부분은 전기처럼 개별 인물들의 생애와 활약을 위주로 그렸다. 각자 서로가 가진 의의와 방법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운동을 지속해 나가는 게 눈물겨운 한편,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 정치질을 하는 모습에서는 현대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아 더러운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간은 어리석고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쯧.) 그 뿐 아니라 민족끼리 배신하는 짓거리까지.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참 한스럽다.

어두운 역사를 담은만큼 35년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이는 이 책이 만화라는 형태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역사서에 가까워서 더 그렇다. 내용도 그림보다는 지문을 통해 꾹꾹 담아내었고,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장도 거의 보기 어렵다. 몇몇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묘사해서, 저자가 가능한 사실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게 눈에 보였다. 딱히 민족적인 감정이나 재미를 위한 이야기로 편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덕분에 흐름이 죽 이어지지는 않고 중간 중간 끊어지기도 하지만, 역사를 다룬 만화로서는 올바른 모양새를 띈게 아닌가 싶다.

단지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게 요즘의 학교라서 생각보다 일제강점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물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제대로 된 역사를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만화가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