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의 발칙한 아내’는 어느 날 거액의 유산을 남기고 죽은 누군지도 모르는 아내를 찾아가는 소설이다.

표지 3D

이 알 수 없는 여인의 이름은 ‘이경’, 가상 결혼 사이트 ‘결혼은 연애의 시작’에서 만난 ‘여섯 번째 아내’였다. 잠깐의 인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녀로부터 받은 거액의 유산을 단순히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궁금해진 윤선재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파헤치고, 유품 중 하나였던 핸드폰을 복구하면서 그녀의 행적과 마음을 점점 알아가게 된다.

겉으로는 이렇게 윤선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이 소설은 그 뒤에있는 아내 이경의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하나씩 복구되는 그녀의 일기에는 죽음을 향해가는 그녀의 현실과 윤선재에 대한 사랑이 정말 잘 담겨있다. 그런데도 서로 만날 수 없어서 ‘따로 또 같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면 진한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도록 포렌식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것은 꽤 좋았다. 덕분에 날짜 순서대로가 아닌, 소설에 맞는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어울리는 적절한 장치였던 것 같다.

아쉬운것은 주인공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그렇게 잘 와닿지는 않았다는 거다. 이경이 애초에 윤선재에게 접근한 의도도 그렇고, 윤선재가 ‘마린’에게 빠졌던 것도 거의 ‘첫눈에 반한 것’처럼만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윤선재가 그 마음들이 다 거짓이었나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함께 해왔던 추억들을 생각하면 그걸 또 그렇게 치부할 수는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거기엔 분명 서로간에 오가는 진실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나름 잘 다루기도 했고, 윤선재가 그걸 깨닫는 모습도 꽤 괜찮게 연출됐다. 그래서 죽음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몇몇 부분은 다소 불필요한 첨부같기도 했고, 유산 상속 문제도 이게 그렇게 될 수 있는건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랑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