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는 독일의 전략 컨설팅 회사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의 관련 보고서 일부를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표지

책 제목의 ‘이미 와 있는 미래’는, 한국에선 안철수의 기자회견문으로 유명해진, SF 소설가 윌리엄 포드 깁슨(William Ford Gibson)의 인터뷰 발언에서 따온 것이다. (책 내지에도 수록되어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여기에 숨은 의미는 없다. 정말로 말 그대로인데, 4차 산업에 대해 말하면서 현재의 상태를 얘기하는 것들을 보다보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다는걸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라고 말하는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모두 현재 이미 활용중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을 이루기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진(진행중인) 시대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를 따지는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 좋은 구성을 갖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미래(가까운 미래)를 예상하고 그 미래에 이미 가있는(즉, 선두 기업의) 대표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겪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조금 더 먼 미래에 이슈가 될 쟁점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기업 경영자라면 앞으로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보기 시작한건 말 많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 싶어서였는데, 보고서가 기반이어서 그런지 용어나 문장도 어렵고 또 익숙하지 않아 잘 읽히지 않았다. 거기다 재미도 없다. 내용도 하나를 깊게 다루기보다는 여러가지를 두루 다뤘기 때문에 그렇게 유익했다고 하기도 좀 어려울 것 같다.

금액 단위로 유로화를 그대로 쓰는 바람에 규모가 쉽게 와닿지 않는것도 아쉬웠다. 애초에 유로권에 있는 회사에서 쓴 내용이라 유료화로 통일해 표기한것인데, 한국 사람이 볼 책이니 한국 원화로 바꾸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애초에 다른 통화(예를 들면, 미국 달러)도 다 유로화로 통일한 마당에 굳이 화폐단위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책 제본 상태도 아쉬웠다. 본드가 약해서 한장씩 튿어졌는데, 결국 낮장 분해되고 말았다. 책은 사철 방식이 펼침에도 강하고 좋은데, 본드 방식은 때때로 이런 경우가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