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후’는 북한 사람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노동과 함께 하는 그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3D

백남룡의 소설은 기존에 우리 보던 북한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북한 체제의 강압과 어려움을 그린 일종의 고발성 내용이 아니라, 일단 체제를 긍정하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남한 사람으로서는) 조금 거북한 표현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공산체제 안에서 열성을 갖고 노동에 임하며 사랑하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거기에 더해 삶을 돌아보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도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많이 다를 것 같은 북한 작가의 글에서 이렇게 공통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게 참 묘하기도 하다.

작가는 공장노동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기술을 예찬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 소설에서도 저열탄보이라(저열탄보일러) 개발을 그걸 드러낸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며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가는 이런 모습은 진취적이며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건 물론 이 소설을 노동의욕 고취를 위한 북한 체제 선전물처럼 보이게도 한다. 작가가 곳곳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더 그렇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본주의에서도 이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왜 흔히 열정적이라며 추켜 세워주지 않던가. 체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달라보이지만 결국엔 똑 같은 사람사는 이야기인 것이다.

겨레말로 쓰인 이 소설은 몇몇 표현이나 감성이 우리네와는 조금 다르기도 하나 전체적으로는 큰 튐 없이 잘 읽히고 또 공감도 가는 편이다. 채제에 대한 내용이 조금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나,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