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 스타펠캄프(Brent Stapelkamp)’의 ‘세실의 전설(A Life for Lions)’은 2015년 그 죽음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자 세실과 그를 지켜봐오던 사자연구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

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한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전혀 그런 이야기 따윈 기대해선 안된다. 책에는 그 어떤 대단한 이야기도, 놀라운 이야기도,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다. 그저 저자가 겪었던 사파리에서의 경험과 사자 세실의 인생, 그리고 그의 프라이드 내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담담하게 적혀있을 뿐이다.

아니, 담담하게 라는 말은 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글에서 저자의 분노와 절규, 절망과 간절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유명했던 사자 세실이 사냥으로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크게 화재가 되었음에도 바뀌지 않은 세태와 앞으로도 불투명한 사자의 생존 때문인게 더 크다.

그가 사자연구원으로서 수집한 내용과 그것들을 통해서 얻은 결론 즉 사자 사냥이 사자 생태계에 유익하다는 생각은 그저 사냥꾼들의 논리일 뿐이고, 실제론 그것이 사자 무리는 물론 근처 인간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꽤 자명해 보인다. 그만큼 주변에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설득을 해 왔을텐데, 그게 끝내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책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자와 그들을 지켜보는 사자연구원, 그리고 아프리카 사파리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 흥미롭기도 한데, 그런 사자의 생태나 세실의 이야기가 그리 많지는 않아 또한 아쉽기도 했다. 그것을 전하는게 목적이 아니고, 책 분량 자체도 그리 많지는 않다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일부 이야기가 중복되서 나와, 출판물로서 아쉽기도 했다. 마치, 신문 칼럼 등에 개별적으로 실었던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 것 같은 느낌이다. 중복되는 것들을 하나로 정리해서 묶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자 보전’은 사실 한국인에게는 크게 공감가지 않는 주제다. 환경이 환경이다보니 동물원이 아니면 좀처럼 사자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동물 보전’으로 넓혀 생각하면 의외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호랑이, 강치 등 여러 동물들의 멸종을 겪은 바 있고, 그것들이 모두 인간의 인위적인 살상으로 벌어진 것이었기에 더 그렇다.1

그래도 아프리카 사자는 아직 멸종되지 않았고, 이처럼 힘쓰는 사람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디 사자 보전 활동이 결실을 맺어 무분별하고 의미없는 살상을 줄이고 인간과 동물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1. 놀랍게도 이 둘 모두 일본인들의 학살로 인한 것인데, 일제강점기로 이렇게까지 수많은 똥들을 남긴 걸 보면 진짜 새삼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