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다 스가코(橋田 壽賀子)’의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安楽死で死なせて下さい)’는 고령화시대에 결코 눈을 돌려서는 안될 문제인 안락사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과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표지

책은 먼저 저자이자 일본 TV 드라마에서 여러 작품들을 썼던 하시다 스가코가 자신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 사람에게도 뼈 아픈 일제강점기와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일이다.

당시는 일본인들이 제국주의에 물들어 있던 때이기도 했고, 전쟁으로 정신이 없기도 했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게 그렇게 좋은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오죽하면 ‘차라리 잘 돌아가셨다’는 생각까지 했으랴. 하지만, 이런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았었기 때문에 작가는 더욱 죽음이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물론, 그녀가 벌써 아흔이 넘겨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하는게 ‘안락사’다.1 견디기 힘든 고통을 계속해서 받거나, 자신이라고 할 수 없을만한 인지상실(그러니까 치매)로 그저 연명만을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아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잘 죽지 않게 됐다. 점적 주사, 위루술, 그리고 장기마저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거기에 인간이라 할만한 정신과 삶, 그리고 행복이 없다면 과연 그걸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가 이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이거나 불치의 병으로 남은 삶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면? 그런데도 고통만을 안겨준다면? 그런 육체의 짧은 연명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본인의 뜻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몇몇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조력자살도 좋다.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빨리 또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작가는 책을 통해 왜 안락사를 원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지를 다양하게 얘기하는데 모두 상당히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어서 더 그렇다.

이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안락사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한국어판은 책 제목은 순화해서 느낌이 좀 덜한데, 원제는 훨씬 직설적이다.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