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사야카(小川 さやか)’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その日暮らし」の人類学)’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대비하고 계획하면서 현재를 바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물음같은 책이다.

표지

이 책이 처음 흥미를 끄는것은 제목 때문이다. 마치 양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래도 된다는 것 같은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자기계발서 류의 책은 아니다. 비록 흥미를 끄는 제목은 아니지만, 한국어판 제목보다는 원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더 잘 표현했다. 그렇다, 이 책은 일종의 ‘인류학’ 연구 보고서다.

저자가 주목한것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도시민의 생활 방식이다. 마치 내일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한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하루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다. 그래서 선진국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보면 대게는 동정을 느끼거나 불행할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그들의 삶은 딱히 그렇지 않다.

물론, 그래 보이는 측면도 있긴 하다.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는 점이라던가, 번 돈은 생활에 써야하니 저축을 못한다던가, 그래서 원하는걸 사는것도 힘들다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런데 그건 선진국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시민들은 분명 그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잘 먹으며, 더 나은 생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이 없어 허덕이거나, 언제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고, 사실 내가 하고싶었던건 이런게 아니었다고 되뇌인다.

그렇게 보면, 그렇지 않은 탄자니아 사람들이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 그들은 일이 없으면 쉬다가, 운이 좋아 일이 생기면 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다가, 잘 안돼면 다시 다른 일을 하면서 산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다.

책에서는 이런 일하기 방식을 ‘시험 삼아 해보기’라고 한다. 일종의 도전으로, 말하자면 개인사업/창업과 같다. 다른점이라면 역시 거기에 대해 가지는 부담감의 정도가 다르다는거다. 그들은 훨씬 쉽게 시도해보고, 안되면 큰 무리없이 다른 일을 찾는다. 창업이 사실상 도박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네와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그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그 뿌리에 돈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렇다.

물론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분명 벌이가 낮은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여유롭겠지만, 생활까지 그렇지는 않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다른 사회에서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회 전체가 그런식으로 돌아가는, 우리와는 다른 자본주의 형태를 갖추었기 때문에 그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다른 자본주의를 가진 나라에서 이들과 같은 삶을 추구한다면, 아마 얼마 후엔 거리의 부랑자 무리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도와줄 사람도 없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해보게 한다. 자본주의가 원래 빈부격차와 갈등이 심한 것은 아님을 그들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돈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회는 단지 그렇게 동작하는 이상한 자본주의를 갖고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격차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자본주의는 그 한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