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미도리 노와키(深緑 野分)’의 ‘전쟁터의 요리사들(戦場のコックたち)’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부터 참전한 조리병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겪는 전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표지

이 책의 첫인상은 조금은 가벼운 책이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전방 전투병 대신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조리병이, 또 전쟁 대신 미스터리가 더 중점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그려진 표지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나, 500여 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미스터리뿐 아니라 전쟁까지도 매우 진지하게 다룬다. 주인공들의 설정부터가 전방에서 전투도 하는 조리병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거의 ‘식사 당번’에 가까울 뿐, 후방에서 대기하거나 할 때가 아니면 불을 피워 직접 조리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조리보다는 전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방에서 조리에 전념하면서 먹방도 하다가, 그 와중에 벌어진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해결하기도 하는, 전장의 저 뒤편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를 상상했던 나로서는, 예상 밖의 진중한 전쟁물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만큼 전쟁 묘사와 전쟁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참전병들의 상태와 심리 묘사가 꽤 괜찮았다. 미스터리 부분을 빼고 전쟁 부분만 이어서 썼더라도 나름 괜찮았겠다 싶다.

이렇다 보니 미스터리는 대부분 전쟁이 한차례 잦아들고 난 후, 대기나 정비를 하는 와중에 파고들어 밝혀내는 패턴을 띈다. 각 에피소드가 크게 전쟁과 미스터리 두 파트로 이뤄진 셈이다. 묘한 조합이긴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았고 또한 큰 어긋남이 느껴질 정도로 어색하지도 않았는데, 이는 미스터리에 대한 요소들을 전쟁 파트에서 자연스럽게 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에서 미스터리로 이어지는 것도 꽤 자연스러웠다.

전쟁 파트가 그랬듯, 미스터리 파트 역시 그 부분만 보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준수하다. 미스터리의 풀이 과정도 크게 억지스럽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아서 전쟁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