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Around the World in 72 Days1)’는 72일간의 세계 일주를 담은 일종의 여행기다.

표지

‘넬리 블라이(Nellie Bly)’는 기자로서의 필명으로, 본명은 ‘엘리자베스 코크레인(Elizabeth Jane Cochran)’이다. 1880년 ‘피츠버그 디스패치’에 실린 성차별 성향의 칼럼을 반박하는 글을 쓰면서 기자가 된 그녀는 이후 정신병원에서의 학대를 잠입취재 한다던가 세계 일주를 하면서 유명인이 됐다.

세계 일주의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란 소설도 있는데, 이걸 실제로 해낸다면 기사 거리가 될거라고 생각했던거다. 지금으로선 ‘굳이?’싶은 이런 일이 소설로도 쓰이고 또 신문사 기획으로도 다뤄진 것은 그만큼 당시의 교통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돌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놀랍고 의미가 있었던 거다.

당시는 또한 ‘로망’이 있던 시대였던 것도 같다. 그래서 실제로 넬리 블라이 외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세계일주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일주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 소설에서처럼 짧은 시간동안 일주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넬리 블라이의 이 여행은 이론적으로만 생각하던 ‘짧은 여행’이 정말로 가능하다는것을 증명하는 의미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여행길에 오른 넬라 블라이가 각지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것들을 적은 일종의 여행기다. 한국어판 제목은 그녀의 의미를 생각해서인지 꽤 거창한데(그녀의 책 2권을 세트로 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딱히 그녀가 뭔가를 거대하게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미리 정해뒀던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어떤 사람들을 봤는지, 그 지역의 환경이나 문화는 어떤지 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그래서 각지와 그곳 사람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실제 경험담인만큼 소설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80일간의 세계 일주’같은 재미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므로 이는 생각해두는게 좋다.

무려 128년여나 지난 책이다보니 기록물로서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과는 다른 모습과 사람들의 사고, 행동 방식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뭐랄까, 한마디로 ‘완전 다르구나’ 싶달까.

넬리 블라이가 외국에서도 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좀 신기하긴 했는데, 심지어 현대에도 혼자서 여행하다 변을 당했다는 풍문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용한 교통편이나 그런데서 차이가 있는것이기도 하겠지만, 시대를 생각하면 참 용감하기도 했다는 생각도 든다.

좀 의외였던건, 그녀가 외국이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묘하게 편견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차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에 대한 얘기가 그런데, 차별과 편견에 맞선 것으로 유명한 그녀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라온 문화와 거기서 만들어진 사상이란게 있으니, 완전히 편견없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또 하나, 실제 여행을 기록한 여행기인데도 그 기록이 썩 정확하지는 않은것도 눈에 띈다. 특히 날짜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 그런데, 그녀가 기자라는걸 생각하면 좀 의외이기도 하다. 덕분에 덜 딱딱해진 것 같기도 하다만, 기록물로서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

  1. ‘Round the World with Nellie Bly’라고도 한다. 본문에 적은 알려진 제목은 아마도 개정판 제목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