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은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동성애와 여성문제를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안전가옥에서 주최한 2019년 여름 원천 스토리 공모전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걸 약 1년 6개월에 걸쳐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로 개작함으로써 이렇게 하나의 소설로 완성이 된 것인데, 아쉽게도 그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먼저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지 않다. 인어공주를 다르게 그린 것은 나름 신선하다 할 수 있으나 그것은 단지 마녀와 인어공주의 관계라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 딱히 모티프라고 하지 않아도 될만큼 둘의 연관성은 적으며 환생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구도를 갖고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크게 흥미를 끌지 못한다.

환생을 반복하면서 이들의 환경이나 생각 등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그리 잘 묘사되지 않았다. 이전의 시행착오로 인해 다르게 행동하는 듯이 그리기보다는 단지 환생으로 인해 달라진 점들이 있고 그래서 단지 그런 길을 가지 않은것처럼 퉁치기 때문이다. 환생은 이런 이들의 매 회마다 달라지는 기조를 간편하게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악수이기도 하다.

둘의 사랑을 엄청 대단한 것처럼 그린 것 치고는 둘의 만남이나 이들이 서로를 강하게 사랑하게 되는 것 등은 제대로 그리지 않기 때문에 로맨스로서도 부족하다. 첫눈에 반해 벌이는 한순간의 치기어린 뜨거움이 아니라 여러번의 생을 반복하면서도 끝끝내 유지하는 영원한 사랑을 그렸기에 더 그렇다. 부족한 로맨스는 이들의 마치 중독된듯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이야기가 아쉬운대신 그럼 메시지는 확실하게 담았느냐. 그것도 썩 그렇지 않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두가지로, 동성애(특히 레즈비언)와 여성문제이다. 저자는 소설에서 그것을 단지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장치로 단순하게 사용했다.

심지어 이것들이 여전히 사회에 퍼져있는 그런 시선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하기 어려웠던 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태도 등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치우쳐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매회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이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보다는 반대로 억지스러워 보이며 피로감 역시 느끼게 한다.

마치 성별간 갈등을 부추기기라도 하려는 듯한 면모들은 그를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의 정당성마저 좀 의심케 하는데, 심지어 매번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같은 짓을 벌이며 마치 모든 남자들이 그러한 문제를 원초적으로 갖고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에는 좀 넌더리마저 난다. 아무리 강조를 위해서라도 이건 좀 선을 넘은 것 아닌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과 묘사라는 문제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으로도 그대로 이어진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선택은 그들을 그렇게 몰아세웠던 사람들의 말이 결국엔 옳았다는 것인지 당황스럽게 까지 한다. 결국 중요한건 개인의 마음과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인 위치와 책임이라고? 억지로 떠맏겨진 불합리한 것일지라도 결코 거기에서 도망쳐서는 안되며, 결국엔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건가? 여자이기 때문에 당했다고? 그럼에도 무녀는 너희를 위해 희생한다고?

마치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일기에 토해낸 듯 녹아있는 면모는 지나치게 치우쳐진 마을사람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과 섞여 저자가 당초 하려고 했던 것 같은 메시지마저 흐리게 만든다.

후기를 보면 이야기 자체는 애초부터 어느정도 의도하고 쓴 것인 듯한데, 차라리 짧막하면서도 확실했던 원래 단편의 것이 훨씬 나아보인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