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지(Avenge): 푸른 눈의 청소부’는 범죄와 정의를 둘러싼 여러 생각거리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참 방향성이 뚜렷한 소설이다. 심지어 그것을 처음부터 꽤나 노골적으로 드러내기까지 한다.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죄, 오히려 피해자가 사람들을 피하며 지속적인 괴로움이 시달려야 하고 막상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철면피처럼 법적 이득을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모두가 공감하고 분노하면서도 법치국가라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제약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해야하는 상황 설정부터가 그렇다.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복수(또는 처벌)라는 명분으로 속시원한 사이다를 날려주는 청소부와 그건 그저 또 다른 범죄자일 뿐이라며 그를 쫓는 형사,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중에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의 사연과 입장을 통해 흔히 말하는 정의란 대체 무엇인지, 또 지금의 법은 과연 그것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족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는 크게 ‘민수’를 중심으로 한 형사 부분과 청소부를 화자로 한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형사 부분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관계자와 용의자가 늘어나고, 그 모든 사람들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해서 솟아나기 때문에 과연 실제로 범행은 누가 어떻게 저질렀을까 하는 것을 맞춰나가는 일종의 미스터리물같은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다른 한 면인 청소부의 이야기에서 대놓고 범인을 공개할 뿐더러 그가 어떤 인물인지까지도 처음부터 뚜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형사 부분의 미스터리를 죽여버리기도 한다. 이야기의 의외성이랄까 흥미같은 것을 좀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퍼즐에 집중하거나 모호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범인의 정체가 분명한만큼 중간 중간 여러 인물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말 중에 의문스러운 것이 별로 없어 이야기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하려고 하는 법과 사회, 정의에 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형사 부분에서 품게되는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나름 나쁘지 않게 풀어낸 편이다. 전부 해소해주지는 않고 대충 얼버무리는 부분도 있기에 깔끔하지는 않으나, 애초에 이야기부터 형사의 것을 3인칭으로, 청소부의 것을 1인칭으로 서술하면서 청소부의 행위와 사상에 더 이입할 수 있도록 쓴데다, 그것이 기본적으로 꽤나 공감할법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로 튀어 보이지는 않는다. 애초에 형사 미스터리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양념이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만하다. 다만, 그를 위해 대부분의 인물들이 일관된 사상에 절여진 듯해 억지스러 보이기도 하다는 것은 좀 아쉬운 점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