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의 반야는 총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로, 1부 1~2권, 2부 3~6권, 3부 7~10권으로 이뤄져 있다.

표지

이 소설은 조선 중기 영,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나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을 크게 언급하거나 또 왕과 노론, 소론의 다툼을 중점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녀인 반야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보다 서민적인 삶과 애환, 그리고 꿈을 얘기한다.

주인공인 반야가 무녀라서 판타지적인 면모도 보인다. 무녀로서의 신기가 높아 많은 것을 보고 미리 알 수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너무 능력이 출중한 면이 있어 다소 비현실적인 점도 있긴 하지만, 기존에도 나름 관심이 있던 터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와 문체를 썼음에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작가의 역량 덕분이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육체적으로 착취당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그렸다는 거다. 인물의 됨됨이나 악독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는지는 몰라도 꼭 그런 방식이어야 했나 싶은 의문이 있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이 점은 조금 반야에게서도 느껴서, 무녀라는 사회적 지위로 인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얘가 희대의 요물인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녀의 능력이 출중해 충분히 그런 상황을 예감하고 벗어날 수 있었기에 더 그렇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결국 발을 들이게 되는 ‘사신계’도 대의와 충돌하는 여러 강령이 있어 모순적인데, 이에 대해서도 마땅히 해명치 못하는 것 역시 집단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또 왜 칠성이라는 존재가 필요한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과연 이후 이야기를 통해 이것들이 어떻게 설명될지 궁금하다.

1권에서는 반야 개인의 이야기와 그의 무녀로서의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왔는데, 이후에는 그보다 비밀결사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아질 듯하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와 어떻게 맞물릴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거기서 무녀와 사신계의 활약, 만단사의 부정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