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베어타운(Beartown)’은 망해가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표지

베어타운은 하키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한때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몰락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강세를 보이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우승하면 얻을 수 있을 여러가지 것들을 상상하며 기대를 품는다.

문제는, 이 소설이 그 성공 과정을 다루는 감동적인 스포츠물이 아니라는 거다. 소설은 처음부터 “3월 말의 어느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으로 누군가의 이마를 갈긴 사건”을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마을의 상황이나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마치 영웅처럼 대접받는 아이스하키팀, 그리고 거기에 열광하는 젊은이들과 그들 주위에 있는 어들들의 이야기는 모두 그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시점과 시제를 흥미롭게 엮어서 뒤로 갈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건 조금은 노골적이어 보이기도 했지만, 또한 작가가 참 잘 썼다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거기서 익숙한 고얀 냄새들을 느끼게 된다. 물론 처음엔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한 것도 있고, 젊은이들이 모여 파티를 여는 것 역시 한국에는 익숙지 않은 문화라 이질감도 있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되면서 보이는 인간들의 행태들을 보면 진심으로 토할것 같은 공감대가 올라온다. 한국 사회도 이미 여러번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았나. 그 때 나는 이들 중 누구에게 분노했던가. 아니, 나는 어떤 인간이었던가.

소설은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진 별개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겪거나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게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베어타운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이라도 다시 곱씹어봐야 할 우리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