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이치비아(Daniel Ichbiah)’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Bernard Werber, le roman d’une vie)’은 인기 작가 중 한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을 담은 일종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그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최근까지를 순서대로 담았는데, 그게 이제까지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간으로서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알게 해준다.

작가가 이미 꽤 나이도 있고 작품도 여럿 낸 인물이다 보니 상당수 사람들은 그의 성공한 작가로서의 모습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의 젊은 시절은 성공과는 꽤나 거리가 멀어서 조금 낯선기도 하다.

어린시절에는 과학자를 꿈꾸는가 하면, 성적이 안되서 꿈을 포기하기도 하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던가, 먹고살기 위해서 일에 부대끼며 살기도 했던 이야기들에선 천상 작가인 줄 알았던 그가 꽤나 흔한 주변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신문을 내서 인기리에 판매를 한다던가, 비록 인정받지 못하거나 공로를 빼앗기기는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글을 쓰기도 하고, 오롯이 자신의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라곤 해도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이 흔해빠짐 속에서도 여전히 눈부신 그만의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해낸 소설 ‘개미(Les Fourmis)’가 많은 출판사들로 부터 거절을 당했다는 것은 솔직히 좀 의외다. 출간 후 소설에 많은 칭찬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1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는게, 소설 매니는 그 전까지 (대외적으로는) 전혀 소설과 연이 없던 사람이 심지어 당시 사람들에게는 전혀 흥미롭지 않던 개미를 소재로 쓴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나중에 그걸 두고 서로 가져가려고 경쟁을 하는 모습이 조금은 코미디 같기도 했다.

오랫동안 거절당하다가 출간 후 결국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가 이 외에도 많은 걸 보면 책 출간이란 단지 작품자체만이 아니라 시대나 작품을 이해해주는 출판 관계자와의 만남 등이 맞아 떨어져야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작가가 꽤나 많은 버전을 썼었다는 걸 보면 그 때에 이르러서야 개미가 대중성까지 겸비한 작품으로 성숙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출판을 위해 줄인 게 아닌, 원래의 장편소설 개미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인생소설’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형식 면에서는 인터뷰집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저자가 작가와 지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모두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한 게 아니라 그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비율도 꽤 높아서, 소설과 인터뷰가 반반 섞인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썩 괜찮았는데, 전기 소설들이 소설적 재미를 위해 가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기도 해서다. 이 책은 절반 정도 인터뷰의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과장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게 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진솔한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1. 엄밀히 말해, 그렇게 평이 좋았다고만은 하기 어렵다. 첫 출간 당시의 인기도 그렇고, 이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쓴 물을 마셨기 때문이다. 지금의 명성은 어느 정도는 한국에서의 큰 인기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미 뿐 아니라 이후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좀 그런 경향이 있는 걸 보면, 참 한국인들과 잘 맞는 작가다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