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연대기’는 좀비물의 원형이라 할만한 초기 좀비 이야기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표지

수록된 작품 목록은 다음과 같다(참고를 위해 출판 정보도 함께 표시했다1):

제목 저자 출판
지옥에서 온 비둘기(Pigeons from Hell) 로버트 어빈 하워드(Robert Ervin Howard) Weird Tales, 1938
검은 카난(Black Canaan) 로버트 어빈 하워드(Robert Ervin Howard) Weird Tales, 1936
천 번의 죽음(A Thousand Deaths) 잭 런던(Jack London) 1899
노예에게 소금은 금물(Salt is Not for Slaves) 가넷 웨스턴 허터(Garnett Weston Hutter) Ghost Stories, 1931
귀환자들의 마을(The Country of the Comers-Back)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 Harper’s Magazine, 1889
나트에서의 마법(Necromancy in Naat)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 Weird Tales, 1936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I Walked with a Zombie) 이네즈 월리스(Inez Wallace) 1943
화이트 좀비(White Zombie) 비비언 미크(Vivian Meik) Devils’ Drums, 1933
할로 맨(Hollow Man) 토머스 버크(Thomas Burke) Colliers, 1933
마법의 섬(The Magic Island) 윌리엄 뷸러 시브룩(William Buehler Seabrook) 1929
점비(Jumbee) 헨리 S. 화이트헤드(Henry S. Whitehead) Weird Tales, 1926
좀비 감염 지대(Plague of the Living Dead) 앨피어스 하이엇 베릴(Alpheus Hyatt Verrill) Amazing Stories, 1927

수록작은 모두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쓰인 것들이다. 당시는 남북전쟁(1861-04-12 ~ 1865-04-09)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흑인에 대한 편견과 노예제의 잔재도 아직 남아있는 때였다.

그게 작품에도 영향을 줬는데(또는 활용됐다고도 볼 수 있겠다), 특히 로버트 하워드의 작품은 ‘에이브러햄 링컨: 뱀파이어 헌터(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2가 어떻게 나온 건지를 알려주는 것 같을 정도였다. 백인들이 가진 당시의 남부에 대한 편견 같은 것도 보이고, 흑인문화의 특수성(주술, 부두술)과 흑인 노예의 반란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링컨을 처음 봤을 때는 웬 편견과 차별, 비약 덩어리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런 시대적인 편견과 두려움을 판타지 문학으로 승화한다면 충분히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더라.

작품에 등장하는 좀비 역시 옛날에 쓰인 초기 좀비물인 만큼 현대에 익숙하게 보아온 모습들과도 차이가 있다. 현대 좀비 판타지에서의 좀비는 일종의 ‘종족’이거나 외계인 또는 바이러스로 인해 생겨난 SF스런 결과물이다. 그러나 초기 좀비는 주술이나 부두술 같은 좀 더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 그래서 ‘이게 좀비…?’싶을만큼 낯설기도 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것만도 아니어서, 보다 보면 현재의 좀비와 연결되는 것들도 보인다. 그래서, 좀비라는 게 어떤 식으로 변형되어 왔는지를 조금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수록 작품은, 초기 좀비물 중에서도 고른 것이라서 그런지, 모두 단편이 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소재로 흥미롭고, 이야기도 재밌다는 얘기다. 다 읽고 나면 ‘이게 끝이야?’, ‘더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현대 좀비물과 다르다는 ‘낯섦’은 부정적이지 않고 그저 신선하게 다가온다.

좀비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또는 심령이나 요괴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재미있게 볼만한 책이다.

  1. 검색으로 찾은 거라 틀린 게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발견하면 친절하게 지적을… 

  2.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Seth Grahame-Smith)의 가상역사소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