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비’는 몽유도원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가상의 금오신화 을집이다.

표지

‘을집’이란 현대식으로 하자면 ‘2권’같은 의미다. 다시말해 후속권이란 말이다. 전혀 실물이 남아있지도 않고, 하물며 그 존재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금오신화 을집의 존재를 생각해보게 하는 건 전해오는 금오신화의 판본에 ‘갑집’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면 처음부터 연작 혹은 전집 구성으로 그 뒤를 잇는 을집, 병집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거다.

이 소설은 그 을집의 존재를 일단 긍정하고, 그렇다면 어떤 내용일까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단지 금오신화의 뒤를 잇는 이야기일 뿐 아니라, 실제 역사하고도 엮여있는 이야기로서 야사(野史)같은 위치에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실존인물들과 그들이 했던 발언, 행동 등을 여럿 집어넣었는데, 노골적으로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도 그것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모두 풍긴다.

소설은 또한 메타소설로써, 금오신화의 저자인 김시습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여 어떻게해서 지금 독자가 함께 따라가고 있는 이 소설을 을집으로써 써내게 되었는가를 얘기해주는 구성을 하고 있기도 한데, 이것이 을집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물론 그 존재가 묻힌 이유도 상상하게 한다.

소설을 구성한 여러 요소, 정체성, 이야기 구성 등은 꽤나 완성도있게 잘 짜여져 있어 이 소설을 그저 아류작이나 명성을 등에 엎은 게 아닌 그 자체로 재미있는 작품으로 보게 한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소설은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건만, 인물의 감정 흐름을 제대로 전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이상하거나 마뜩지않게 여겨지는 면이 있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장면을 맥거핀으로 치워버린 것이나, 마무리가 조금 급작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그렇다.

그래도, 재미있게 봤으니 뭐 됐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