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히벌린(Julia Heaberlin)’의 ‘블랙 아이드 수잔(Black-Eyed Susans)’은 유일하게 생존한 한 범죄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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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에게 당하고 땅에 묻히게 되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소녀가 십수년이 지난 이후에 다시 그때의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오래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범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데다, 지켜야만 하는 딸도 있어서 주인공은 때때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과민하다고 치부할 것은 아니다. 마땅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 후로 오랫동안 재범이 일어나진 않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범인이 잡혔거나 행방을 아는 것도 아닌데다, 생환한 이후로도 때때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를 건드리는 행위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건 그녀가 당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이제 사형을 앞두고있는 ‘테렐’의 무죄를 촉구하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은 명확하지 않고 증거 역시 부족해 여의치 않은 상황만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현재의 ‘테사’와 어린 소녀였던 ‘테시’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그를 통해 현재 어떤 사실이나 증거를 새롭게 발견해내는가와 더불어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게 무슨 흔적을 남겼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딱히 잘 짜여진 퍼즐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심리가 다소 몽환적인 면이 있는데다가, 사건의 증거라는 것도 새롭게 발견된 것보다는 과거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을 시간이 지나 발전한 기술로 재평가 하는 것이 거의 다이기 때문이다.

테사의 불안감이나 범인의 정체와 향방으로 인해 생기는 서스펜스는 나름 괜찮은데, 다만 몇몇 상황에서만 극히 짧게 유지되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적으로는 그 맛이 좀 연하고, 그래서 긴장감도 그리 높거나 잘 유지되지는 않는 편이다. 대체로 평온한 느낌이랄까.

반전도 조금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별로 나쁘지는 않고 반전이라 할만하단 감상이 자연스럽게 이는 것은 사실이다만, 일부러 감추어 뒀다 꺼낸 느낌이라서 ‘그게 그거였어?!’라는 식의 놀라움은 없어서다. 반전을 일으키는 요소에 개연성이 부족한 것도 있고 맥거핀도 여럿 사용해서 의외로 대충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앞에서 ‘퍼즐같은 느낌은 없다’고 한것도 그래서다. 설사 진상과 결말을 예상해냈더라도 그것은 추리라기 보다는 찍어서 맞추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애초에 미스터리를 주로 한 소설은 아니지만, 기껏 현재와 과거의 인물을 테사와 테시로 다르게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 나름 미스터리하고 퍼즐적인 요소를 여럿 사용했으면서도 그것들을 제대로 꿰어내지 않은 것은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비록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독서경험 자체는 꽤 좋은 편이다. 이야기도 흥미롭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흘려내는 것도 잘 해서 이야기를 대체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런만큼 마무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더 아쉽기도 하나, 이정도면 양호하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