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 세이브(Blown Save)’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중년 아재들의 현주소를 묵직하게 담아낸 단편 소설이다.

표지

‘블론 세이브’란 야구 용어로, 세이브 조건에서 동점 혹은 연전 당할 경우 마운드 투수에게 주어지는 말이다.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치욕스러운 스러운 명칭이기도 하다. ‘세이브를 날렸다’니, 뜻만 봐도 노골적이지 않나.

대부분 실패한, 또는 실패하고 있는 중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 정말 잘 어울린다. 그들이, 한번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는 암울함으로 이어지는,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정체절명의 순간들을 맞고 있으며, 그렇게 맞은 순간들에서 실패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고 짊어져야 할 무게가 사라지는 게 아니고, 현실의 팍팍함 역시 수그러들지는 않는다. 또 다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지언정, 다시 마운드에 서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는 마운드에 설 수 없는 날이 오게 되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그 외에도 이런 식의 비유를 꽤 사용했는데, 다들 왠지 모르게 곱씹게 되는 적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공감도 되고, 내가 투영된 것 같은 이야기에선 가슴아픔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자기 경험을 담아 소설집 한 권을 우려먹었으니 이제 자기는 끝이라는 자조적이 이야기를 한다. 끝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이거밖에는 하지 못했다는 회환인 거다. 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경험이 담기지않은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로 과연 이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