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헌터(Erin Hunter)’의 ‘용기의 땅 5: 영혼을 먹는 자들(Bravelands #5: The Spirit-Eaters)’은 용기의 땅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섯번째 책이다.

표지

이야기는 전권에서 바로 이어진다. 전권은 쏜의 고민을 중심으로 나름 완결성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피어리스나 스카이의 이야기는 물론 특히 용기의 땅에 새롭게 일고있는 기묘한 사건들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위한 배경을 까는 것 같기도 했는데, 이번권은 그걸 바로 이어받으며 좀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같은 시리즈라고 해도 서로 다른 주요 인물과 이야기를 두어서 각권이 개별적인 완결성을 갖추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용기의 땅 시리즈은 반대로 앞뒤권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면이 많아서 조금 시즌제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용기의 땅 시리즈는 애초에 위대한 부모라는, 세대와 종을 뛰어넘어 계승되며 특별한 능력과 지혜를 보여주는 존재가 등장하는 일종의 판타지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과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여러 동물들이 종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것이나 서로 협력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극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권에서 영혼을 먹는 자들이 등장하면서 시리즈의 세계관이 훨씬 판타지 쪽으로 더 기운 느낌이다. 심장을 먹음으로써 영혼을 취하고 능력을 흡수한다는 게 단지 미신적인 행위가 아니라 실제로 유효한 것으로 나오기에 더 그렇다.

이것이 특별한 적과 그들의 무서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대한 부모의 특별함을 좀 바래게 만들기도 하기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마법적인 게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세계관이라면 이제껏 용기의 땅엔 왜 위대한 부모 외에는 별 다른 능력자가 없었던 건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연장에서 영혼을 먹는 자들의 등장도 좀 느닷없는 느낌이 있다. 갑작스레 등장한 신생 세력이 하필이면 위대한 부모 체계의 천적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게 지나치게 형편좋기 때문이다. 적어도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힘을 키우면 침략해오던 무리였으며 그게 지금 쏜의 대에 와서 다시금 붉어진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본선이라도 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반면에 그러한 것들을 통해 굉장한 빌런을 잘 만들어 낸 것은 좋았다. 이야기가 대부분 세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그저 가끔씩 등장하기만 할 뿐 별 다른 세세한 묘사는 없는데도 그 때마다 조금씩 뒤틀림을 보여주면서 광기를 느끼게 하고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만한 능력까지 주어지면서 꽤 묵직한 악역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특별하고 막강한 빌런의 탄생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절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