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일종의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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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를 소재로 했는데 왜 SF냐면, 보통 하듯이 호러나 판타지 요소로서 뱀파이어를 사용한 게 아니라 전염병 아포칼립스를 일으키는 원숙주로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뱀파이어는 피를 원하고 피를 빨기위해 뱀파이어가 아닌 사람을 물기도 하며,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도 뱀파이어로 만든다는 점은 일반적인 뱀파이어와 같지만, 딱히 햇빛 등에 약점이 없고 이성이 약해지며 마치 중독된 것처럼 피를 탐해 달려들고 급진적으로 늘어나 뱀파이어로 가득찬 세상을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요소만 빠졌을 뿐 뱀파이어보다는 좀비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소설의 주요 전개 역시 일반적인 좀비물의 그것과 비슷하다.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팬데믹 상황으로 치닫는 사회와 그런 상황에서의 생존, 그리고 치료법 찾기를 주요 전개로 사용하고 처음에 깔아뒀던 좀 농담같았던 떡밥을 해소 요소로 맞춰넣음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전형적인만큼 이야기는 좀 뻔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충청도라는 지역색도 재미있게 살렸고 캐릭터도 개성이 있으며 뱀파이어와 피를 이용한 좀비물이란 변주도 나쁘지 않아 나름 볼만하다.

이야기가 이런 것은 좀비물이란 것 자체를 핵심으로 삼고있지는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런 것보다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 ‘영길’의 가족과 그의 옛 친구 ‘상일’, 그리고 영길이 혼자가 되었을 때 그를 맡아주었던 외삼촌 ‘열망’을 통해 손 내밀어 주는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계속 살아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