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우정 1’은 우연히 기묘한 우정으로 엮이게 된 두 고등학생과 그들의 고민을 담은 만화다.

표지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밀한 필체다. 얼핏 극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림은 작품의 분위기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더 무겁게 다가오게 한다. 웹툰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흑백톤의 그림이 그것을 더 강조하는데, 그 가운데 간혹 넣어진 컬러가 흑백의 일상과 대비되어 더 두드러지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담담한 흐름속에 종종 등장하는 비유적인 표현들도 꽤 멋있다.

단행본은 웹툰을 분해하여 완전히 출판만화의 방식으로 재편집했다. 장면전환이 페이지 중간에 걸리는 등 일부 컷 분배에서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었다고 해도 될만큼 전체적으로 편집이 잘 된 편이다. 이런 작업은 단순히 ‘정성’을 넘어서 만화를 보는 경험의 질 자체도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웹툰을 단순히 잘라서 붙이기만 한것에 비하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잔잔하듯 흘러가면서도 불연듯 강펀치를 먹이는 듯 하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되돌아가는 이야기의 흐름도 썩 나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인물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잡음이나 공부와 취미, 미래, 연애 등에 대한 고민도 고등학생에게 일어날 수 있음직한 것들을 나름 잘 그려냈다. 물론 거기에는 약간의 판타지도 섞여있어서 조금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그게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묘한 우연이 빚어내는 우정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포장해 보여주는가 하면, 현실에서도 고민해볼법한 묵직한 것들도 꽤 다루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진다. 그게 단순히 흥미 위주의 학원물이 아니라 청소년의 성장 드라마임을 느끼게 한다.

1권에서는 꽉 짜여진 이야기보다 떡밥을 던지는 게 더 많은 것 같기도 한데, 그것들이 과연 이후에 어떤 이야기로 번져 나갈지 새삼 궁금하다.

아직 연재중인 작품이라 작품 전체에 대한 평은 이르지만, 신인 작가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어떤 완결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