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의 춤’은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 같은 교실에서, 어느 날 한 아이가 사라진다. 그리고 나타난 책상 위 종이 묶음. 얼핏 과제인가 했던 작문은 사라진 아이 ‘봄’이에 대해 쓴 것이었고, 그것은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사실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소설 속 소설을 읽는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다. 소설 속 담임은 그 자신이 등장인물이기도 하면서 또한 소설 속 소설의 독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홀린 듯이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반 번호와 실명으로 적힌 지금은 사라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그만큼 어떤 내용일지 흥미를 동하기 때문이다. 담임은 이런 장치를 바깥 독자와의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중계해줌으로써 그러한 흥미를 고스란히 전달할 뿐 아니라 실제로는 접점이 없는 소설 속 반 아이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좀 더 이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남자 친구 이야기에서부터 봄이가 사라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담은 글 묶음은 서로 다른 아이들의 시점에서 쓰임으로써 각자의 숨은 사정과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야기는 작은 편견과 악의가 어떻게 커다란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딱히 대단하다고 할 만한 건 아니고, 그렇기에 그들 자신은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도 별로 생각지 않지만, 혐오와 차별이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며, 그렇기에 더 개선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기본 내용은 그렇지만 단순히 학교 문제를 다룬 소설은 아니다. 담임이 읽는 글이 소설이라는, 그러니까 누군가에 의해 쓰인 이야기라는 점이 그것이 딱히 명확한 진실을 담은 것은 아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과 이제까지 문제없어 보였던 반 아이들을 믿고 싶어하는 (문제화하지 않아 하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 담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명확히 그리지 않음으로써 저자는 더 바깥의 독자에게 진실 판단의 몫을 넘긴다.

소설이라는 것을 소재로 삼고 그것을 살려 재미있게 구성한 소설이다.

2010년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이 소설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이는 그만큼 잘 개정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무려 12년이나 지났는데도 소설이 꼽던 문제는 여전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개정판은 목차를 정리하고 제목도 바꾸었는데, 그럼으로써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좀 흐려진 대신 단순한 피해자-가해자 관계를 넘어선 사회 문화적인 문제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