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서의 단청’은 단청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책은 먼저 단청에서 영감을 받아 그와 같은 색과 방식을 사용한 예술과 그것으로 표현한 작품, 장소, 인물 등을 소개한다. 작가의 단청 작품들은 마치 단청의 색과 특징을 뽑아다 화폭에 옮겨 놓은 듯한 그림으로, 색이나 패턴 뿐 아니라 인상파, 그 중에서도 고흐의 것을 연상케 하는 소용돌이 무늬가 독특하다. 비록 건축물의 단청에서 보아왔던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강렬한 개성이 말 그대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단청 발전을 위한 한 시도로 ‘회화로서의 단청’을 선보인다는 의미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패턴화된 그림들을 보면서 마치 컴퓨터 그래픽 작품같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는데, 그건 패턴 반복이나 그라데이션이 있는 색의 선들이 3D 파이프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무려 한지에 전통방식으로 그려낸 것이라니 나름 놀랍다.

책에는 작가의 작품을 실은 것 외에 단청 그 자체와 그 멋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여러가지 단청의 종류와 문양들을 살펴보는가 하면, 단청의 기원이라던가, 특징 뿐 아니라 그에 얽힌 역사 등을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문화나 예술, 디자인 등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전통의 색과 문양 정도로만 알았던 단청이 사실은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한 예술의 하나라는 점을 알고 그러한 것들을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패턴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었는데, 이는 당초에도 관심이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면 반복 패턴이란 것이 얼마나 수학적이고 실용적인가를 알 수 있는데, 멋지고 복잡해 보이는 패턴들이 사실은 작업을 단순화 위한 방편의 하나로 탄생한 것이란 걸 생각하면 예술이란 참 묘하것이란 생각이 든다.

글은 잘 구성된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것들을 이것저것 꺼내며 이야기해보는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조금은 두서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덕분에 어렵지 않고 가볍게 읽기 좋다.

수록된 사진들엔 아쉬움이 남는다. 뿌옇거나 도트가 보일 정도로 저화질인 것도 있고, 색이나 표현을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것도 있으며, 관련 사진없이 글만으로 채워진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말보다는 사진이나 그림으로 한번 보는게 더 좋은 장르이기에 더 그렇다. 글과 사진의 배치 등 편집도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