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는 분리수거를 소재로 한 발랄한 소설이다.

표지

장르는 뭐라고 해야할까.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니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동군과 지은이라는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버디물처럼도 보이며, 상처나 고민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치유물, 그런 일들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성장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특징들이 모두 조금씩 들어있기 때문에 딱 그런 소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굳이 정의를하자면 ‘라이트노벨’이랄까.

한국인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실제로 굉장히 일본 라이트노벨같다. 현실에 붙이면 조금 어색할 수도 있는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라던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나 그들이 말하는 방식, 호칭같은 것들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일본 픽션을 번역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불만이냐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마치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나 대사도 나름 매력있고,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듯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거기에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섞여있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밝고 가벼워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장면 묘사도 꽤 잘해서, 비록 많지는 않지만 마동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액션신도 애니메이션을 보듯 시각적이고 좋았다.

아쉬운 건 미스터리 부분인데, ‘명탐정’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사건 해결의 모양새를 띈 것 치고는 사건도 너무 단순하고 그 해결 과정 역시 별게 없다. 논리도 그렇게 잘 짜여져있지 않다.

예를들어, ‘구권 5천 원권 지폐’ 사건에서는 왜 일련번호가 그렇게 만들어져야만 했던건지, 또 그런 일련번호가 어째서 확실하게 위조지폐임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인 것이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1 두 위폐의 일련번호가 똑같은 오류도 있고, 범인의 행동에도 별 당위성이 없어 황당하기도 하다. 그냥 잡힐려고 등장한 것 같달까. 그래서 미스터리 부분은 썩 좋은 평을 하긴 어렵다.

책의 거의 절반에 걸쳐서 인물 소개를 하다보니, 정작 본편이라 할 수 있는 명탐정 콤비의 활약은 분량이 적은데, 그게 뒤가 더 있어야 하는데 끝난 것 같은 허전함도 남긴다. 기왕 캐릭터도 나쁘지 않은데, 좀만 더 분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1. 이 사건은 실제로 있었던 일명 “구권 5천원권 77246 위조지폐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일련번호에 규칙성이 있는 것도 거기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무려 5만장이 넘는 위폐를 유통시켰기에 공통된 특징을 추려낼 수 있었던 실제 사건과는 달리 소설에서는 겨우 몇장만 등장하기 때문에 도저히 의도적으로 그런 규칙을 쓴 거라고 꼬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