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가상의 메가시티 평택,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연작 소설집이다.

표지

연작인만큼 이 책에 담긴 다섯개의 이야기들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동일하다는 것을 제외하는 별 다른 연결점이 없다. 그래서, 전혀 별개의 단편 다섯개를 담은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다섯개의 이야기가 조금은 온도차가 있달까, 세계관이 다른 듯한 느낌도 좀 풍겨서 더 그렇다. 계속해서 같은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그냥 단편집이라고 해도 좋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메가시티 평택이라는 동일한 초법적 도시를 배경으로 꽤나 흥미로운 SF적 설정들을 가져와 나름 흥미롭게 볼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는 꽤 긍정적이다.

이 소설에서 얻는 미묘하게 긍정적인 느낌은 작가의 전작 ‘테세우스의 배’를 봤을 때도 느꼈던 건데, 비록 번뜩이는 상상력이라던가 개성넘치거나 독특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를 나름 잘 소화해서 자기식의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소재로써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트윈플렉스였는데, 이미 테세우스의 배로 SF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설정이나 전개가 꽤 완성도가 괜찮았다.

가장 동떨어져 보였던 건, 작가의 예상과 달리, ‘슈퍼히어로 프로듀서’였는데 아무래도 초능력이라는 게 SF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운 느낌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말에 ‘요즘 아주 물이 올랐다’는 말을 언급하며 역겹다고 한 것은 좀 뜨악했는데, 그건 딱히 성적인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런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이 올랐다’는 게 언제부터 그런 의미였나. 관련 소설에서의 장면도 좀 억지스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래서였나 하고 생각하면 좀 짜게 식는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