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노 히로유키(荻野 弘之)’가 쓰고 ‘카오리&유카리(かおり&ゆかり)’가 만화를 덧붙인 ‘에픽테토스의 인생수업(奴隷の哲学者エピクテトス 人生の授業)’은 에픽테토스의 철학사상을 만화와 쉬운 글로 쉽게 풀어 담은 책이다.

표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Ἐπίκτητος)’는 꽤 독특한 사람이다. 단지 다리가 불편해 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노예출신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출생이 노예였던데다가, 해방이 될 수 있었던 시기에 좌절된 적도 있다고 하고, 심지어 그가 절름발이가 된 것도 주인의 학대로 인해서였다는 설1도 있으니 세상을 원망했을 수도 있으련만 오히려 이런 사상을 전파했다는게 참 대단하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사상이 이러한 형태가 된 것도 같다. 제한이 많은 노예였기에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니 어쩔 수도 없는 것에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정신을 괴롭히지 말자고 했을법 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사상은 어느정도 자연과 사회에 순응해 묻어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시의 시대상이 그러했기에 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과거와 같은 굴레가 사라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욱 옥죄어져있는 현대인들의 뼈를 때리는 내용이 많으며, 얼핏 오해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심오한 진의와 심리학적인 고찰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사상이 담긴 책 ‘엥케이리디온(Ἐγχειρίδιον)’의 일부 내용을 담고있다. 아마도 주요 내용과 현대인들에게 유익할 부분만을 선별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얘기하는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으며, 그 내용들 역시 대부분 잘 공감이 가는 편이다.

물론, 개중에는 너무 고고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 싶은 것도 있으며, 그가 살던 시기가 신의 존재를 별로 의심하지 않던 때라서 그런지 좀 쉽게 신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것들 역시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가는 잘 알 수 있기에 딱히 무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에픽테토스의 사상은 어떻게 보면 사고의 경로를 살짝만 비틀어주는 작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로인해 생겨나는 생각의 차이가 놀라울만큼 차이가 나서 새삼 감탄을 하게 된다. 작은 차이라는 것은 실천도 그만큼 쉽다는 것이며, 그것이 가져오는 차이는 그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일들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꽤 유익한 변화를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정확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주인의 학대로 그렇게 되었다는 설 뿐 아니라 노쇠해서 약해졌다는 설도 있으며, 어려서부터 절음발이였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