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스프링어(Nancy Springer)’의 ‘기묘한 꽃다발(The Case of the Bizarre Bouquets)’은 ‘에놀라 홈즈 시리즈(The Enola Holmes Mysteries)’ 세번째 책이다.

표지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홈즈의 알려지지 않은 동생, 그것도 10대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에서 먼저 눈길을 끈다.

셜록 홈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에놀라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이것은 물론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이름값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그래도 소설을 읽어보면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뛰어난 변장 실력과 추리력, 그리고 사건을 해결을 위해 보이는 행동력까지 여러가지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의 모습도 볼만하고, 사건 해결을 풀어가는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다.

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10대 소녀이면서도 혼자서 나와 살고 있는가 등은 홈즈 형제와 썩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게 나름 셜록과 에놀라가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 둘의 두뇌싸움을 기대해 보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셜록 홈즈와의 추리 대결을 양상을 보이는게 아니라, 홈즈와는 다른 방향에서 사건을 살피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그렸는데 이건 꽤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에놀라의 능력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셜록 형제의 능력을 다소 까내리는 묘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좀 불편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과연 셜록이 그걸 알아채지 못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든다. 셜록 홈즈의 파생작들이 흔히 하는 너프 문제를 이 책도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이야기나 묘사 등 여러 면에서 페미니즘적인 내용도 많이 담았는데 그것 역시 꼭 좋다고만 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시대상도 그렇고, 현재와도 닿는 면이 있어서 의미가 있기는 하나 그것이 추리 소설인 이 시리즈에 그렇게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와도 딱히 상관없고 붕 뜬 느낌도 들어 ‘굳이?’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과정이나 신문에 싣는 암호문의 풀이도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왜 그렇게 풀이되어야 하는지 별로 납득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을 증거와 논리가 아닌 직감으로 때우기에 더 그렇다. 그게 에놀라의 개성이라 하더라도, 나중에는 그를 뒷받침할 증거가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번역도 조금 아쉽다. 발음이 세는 아이의 말이나 암호문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숫자 암호문을 ‘아이비 언제 어디서 겨우살이 바람 사랑하는 너의 국화’처럼 최소한 말이 되는 문장으로 번역할 수도 있었는데, 그걸 굳이 ‘아이비, 바람, 겨우살이, 어디서, 언제, 사랑, 당신의 국화’라고 쓴게 그렇다. 혹시 어디에서 자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그렇게 했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다른 암호문의 경우 완전한 한국어 문장으로 해석해놓기도 해서 왜 저건 저렇게 했는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캐릭터도 나름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있고, 몇몇 불편한 점들도 있다. 그래도 볼만 한 것은 사실이나,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