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온’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게임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면서 또한 아직 더 발전한 미래에나 가능한 일종의 꿈의 기술같은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기술에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에 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람형 컨텐츠나 레일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아니면 오히려 큰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한계를 넘어, 실제와 다름없게 느끼는 가상현실에 대한 아이디어는 크게 두가지다. 그 중 하나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처럼 슈트와 동작인식을 기반으로 현실과의 차이를 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뇌만 활동하게 하고 뇌파로 인터페이스하는 소위 ‘통 속의 뇌(Brain in a vat)’ 식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둘 다 현실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점에서 지향하는 바는 같은데, 어쨌든 현실에서의 활동을 기본으로 하기에 별 다른 부작용은 없는 전자와 달리 기계장치가 육체를 대신해 정신과 연결되는 후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그것 자체를 특별한 장치로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처럼 현실을 대체하거나 가상세계에서의 일이 현실에도 반영되는 것, 영화 ‘아바론(Avalon, 2001)’처럼 현실로 되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 등이 대표적이며, 여기에서 좀 더 발전시켜 소설 ‘소드 아트 온라인(Sword Art Online, 2002)’처럼 강제로 갇히게 된다는 상황도 자주 사용한다.

이런 대표적인 설정들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 소설은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진다. MMORPG라는 게 대부분 비슷하게 만들어지는데다,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게임 판타지는 개별 장르로 분류할 정도로 많이 만들어져 더 그렇다.

그렇기에 판타지온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와 판타지온이라는 게임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1권에서는 베타 테스트로써 몇번의 보스전을 하는 모습만 나오기 때문에 아직 어떻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전투와 수집 등 인기있는 게임 요소들을 잘 조합한 것 같아 나쁘지는 않았으며, 이야기와 삽화를 적절히 조합해서 글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게임 연출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이런 점은 이후의 본격적인 모험을 어떻게 그릴지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아이들이 게임 클리어를 목표로 하게되는 계기나 빌런 설정과 행동은 다소 뻔해서 좀 아쉬웠는데, 대신 빠르게 목표를 갖고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나름 장단은 있다. 다만, 그것에 별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안타까웠다. 분명히 소스와 리소스는 따로 관리할거고, 그건 개발자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텐데. 그렇기에, 적어도 판타지온에는 빌드 후 테스트 등을 거쳐 축적한 방대한 내부 학습 데이타가 숨겨져 있고, 그게 있어야만 비슷한 가상세계를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낼 수 있어서 이를 함께 요구한다는 정도의 핍진성은 제시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