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은 다양한 장르의 단편 7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한국 단편집은 표제작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집은 표제작을 꼽지 않고 별도의 제목을 붙였다. 그만큼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이 장르적으로나 또한 내용적으로도 각양각색이라는 말이다.

표제는 ‘소설집’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문자 그대로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소설집 속 한 소설에서 허구를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르게 정의한 것이 뇌리에 남아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도 그런 허구의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다.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책 앞뒤에도 들어가고 나오는 그림을 붙여둔 것도 한몫해 이 책을 설혜원의 허구들을 전시해놓은 전시관으로 관람하는 느낌을 더해준다.

수록작들은 각 작품이 지향하는 장르의 매력을 나름 잘 보여주는 편이다. 예를들어, 미스터리물인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은 주인공이 단서를 찾고 함정을 파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꽤 잘 그렸다. 모든 것이 의심할법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면서 헷갈리게 하거나, 그러면서도 확실한 떡밥을 착실하게 깔아두는 것도 잘 했다. 사건 외의 이야기들도 꽤나 적당해서 코지 미스터리로서 완성도가 꽤 높다.

‘빈한승빈전’과 ‘디저트 식당’은 판타지/SF 요소를 활용해 인간과 삶의 일면을 그렸으며, ‘남우 공방’으로는 한 가구점을 배경으로 꽤 현실감있는 현대 드라마를 보여준다.

‘잉어와 잉여’, ‘눈, 꽃 피다’는 일종의 판타지로 읽히는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느낌의 묘사가 꽤 독특하다. 이는 특히 ‘잉어와 잉여’가 그러해서 무심코 읽다보면 작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초인종이 울렸다’는 취향에 안맞았는데, 담고있는 메시지가 어찌됐던 일단 이야기 전개가 그럴 수 있겠다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도배꾼들의 행각은 현실성 없고 황당하며, 거기에 마냥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에게도 좀처럼 이입하긴 어렵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한 단편이다.

작품 외적으로 오타나 잘못 된 문장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이게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이야기와 섞이면서 좀 짜증스럽게도 한다. 내용과 별개로, 아쉬운 마감은 읽기 경험을 많이 해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