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파이터 1: 로봇사관학교 입학’은 인공지능 로봇 배틀에 과학지식을 담아낸 일종의 학습만화다.

표지

‘강철의 파이터’는 이후 ‘강철의 아레스’로 이어지는 시리즈 만화의 첫 작품으로, 당초 ‘과학소년’에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다시 묶은 것이다. 그러면서 아예 새롭게 리메이크 하였는데, 그러면서 연재당시엔 지면 등의 문제로 미흡했던 것을 보완하기도 했고, 작화 역시 발전하여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책은 로봇이 꿈이있는 주인공이 로봇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거기에 로봇끼리의 배틀이라는 요소를 적당히 버무려서 액션 만화처럼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학습만화이기도 한 만큼 만화의 일부 컷이나 책 중간 중간에 지면을 할애하여 여러가지 지식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만화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컷에서는 다른 부분보다 유독 장황하게 대사나 설명칸 등으로 흐름이 좀 어색해지기도 한다.

과학 지식도 나름 이야기와 어울리도록 구성을 하긴 했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녹아있거나 사실적인 것은 아니라서 (비록 만화적인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어색함이 느껴지는 면도 있다. 그래도 나름 만화와 정보 전달이라는 양 측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절하려고 애쓴 것이 보인다.

아쉬운 것은 만화의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거다.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감정 표현도 어색하고, 동떨어진 곳에 있는 이들이 옆에 있는 듯 대화를 한다거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할것을 쓸데없이 떠벌리며 상대에게 굳이 전해주는 등 대화도 영 부자연스럽다. 다음화로 넘어가기 전에도 늘 급작스런 부분에서 끊는데, 그 뒤에 지식 레벨업 페이지까지 이어지다보니 더더욱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 중간 뚝뚝 끊기는 느낌 강하다.

코미디도 아쉽다. 작품 속 코미디는 대부분 바보스러움을 강조한 것들인데, 이게 로봇사관학교에 입학한 우수한 아이들이라는 점과 정면으로 대치되서 잘 어울리지 못한다. 굉장한 로봇을 소재부터 만든 아이들이 정작 사소한 과학 지식에는 무지한 것처럼 그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세계 대회를 동경하면서도 정작 세계 로봇 격투 대회 룰은 모른다거나, 막 입학한 학생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대결을 시키지 않나, 학생들을 대놓고 차별하며 박해까지 하고1, 버젓이 반칙을 하고는 말도 안되는 말로 합리화를 하는 등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등장 로봇들이 RC와 범용AI 사이에서 정체성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쉽다. 이건 그만큼 이 둘이 상충되는 성질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종이란 면을 강조하면 범용AI를 탑재한 로봇이란 점이 죽고, 반대로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는 자동기동로봇이란 점이 나오면 대체 컨트롤러는 뭘 위한건가 싶어지는거다. 주인공들의 조종 실력을 강조하는 게 중요했다면 RC 로봇으로 하고, 그게 아니었다면 범용AI를 탐재한 자동기동로봇으로 단순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감수까지 받았는데도 잘못 된 정보가 있는 것이 안좋았다. 데이타 전송 속도를 말하는 bps는 Bits per second의 약자로, 초당 비트수를 말한다. 초당 바이트수(Bytes per second)는 대소문자를 구분해 Bps 또는 B/s로 쓰며, 이는 bps에 비해 무려 8배나 더 큰 단위다. 그러므로 얼핏보면 엄청나보이는 4G의 속도 100Mbps도 실제로는 약 12MB/s로 준수한 정도인거다. 이를 책에서는 일관되게 초당 바이트라고 잘못 말하는데, 학습만화인만큼 이런 사소해보이는 것도 정확하도록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1. 레벨 3반의 식사를 우수 학생에 대한 혜택으로 보더라도, 빵과 죽만 주는 레벨 1반의 것은 박해에 가깝다. 무슨 노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