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의 꽃’은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의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표지 1 표지 2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하면 먼저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다분히 픽션이겠거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소 국뽕적이겠거니 하는 것이다.

전자는 그만큼 고구려와 고구려 사람들에 대한 사료가 적기에 그런 것이다. 속된말로 ‘기록에 미친 나라’라고까지 생각하게 하는 조선의 그것과 달리 한국의 고대사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게 많다. 어쩌면 당시엔 그렇게까지 역사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서 남기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많은 전쟁과 흥망성쇄가 반복되는 시기다보니 설사 남겼다고 하더라도 승리국에서 이전국들의 기록을 말소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렇다보니 작가가 상상력을 펼쳐 (기록이 없는) 여러 부분들을 창작해내기 좋고 그것에 따라 이야기의 품질 역시 크게 갈릴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후자는 고구려가 한국 역사상 가장 강대한 제국이었기에 그런것이다. 그것은 단지 가장 넓은 영토를 얻었었다는 영광만을 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게 하나로 퉁쳐 부르는) 중국과의 마찰과 침략 문제가 더 심각했는데, 상대적인 병력 수의 약세 때문에 궁지에 몰릴때에도 굉장한 수성을 보였던 게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을지문덕은 이 두가지 모두에 딱 걸맞는 인물이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대체 어떤 출신이고 무슨 과정을 거쳐 그러한 자리에 올랐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무려 30만이라는 병력을 막아내며 전쟁을 종결시킨 굉장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것을 가져와 꽤 재미있는 서사를 써냈다. 그의 출신을 일반 백성으로 설정함으로써 다소 무리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순수 창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만큼 철저하게 고증을 지킨 역사물이라기보다는 한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일종의 영웅기, 무협물처럼 보면 딱히 못받아들일 것도 없다. 거듭되는 기연을 거쳐 마침내 화려하게 꽃핀다는 건 꽤나 왕도적인 전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지한 역사물로서는 좀 부족하다. 고증은 둘째치더라도, 이야기 전개에 다소 긍정적인 우연에 기대는 측면이 많은데다 캐릭터 형성 역시 좀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다. 을지문덕이 왜 그러한 캐릭터로 완성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렇게 하면 말이 될 것 같은데’라며 짜맞추어야 하는 면이 있어 이것이 이야기 전개가 썩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을 일종의 영웅기, 무협물로 퉁치고 관대하게 넘어가줘야 한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래서 창작 드라마로서는 나름 재미있게 볼만도 하나, 아쉬움 역시 많이 남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