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 가이거(A.V. Geiger)’의 ‘팔로우 미 백(Follow Me Back)’은 SNS를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모두가 사랑해마지 않는 섹시스타와 그 팬이 사소한 계기로 SNS를 통해 대화하는 사이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팩픽의 일종처럼도 보인다. 보통 스타를 대상으로 한 팬픽이 갖고있는 특징을 거의 그대로 갖고있기 때문이다.1

개인적으로는 개연성 없이, 심지어 독자는 전혀 느끼지도 못하는, 캐릭터의 스타성만을 내세우는 팬픽 소설에 실망한 적이 있어서 ‘팬픽’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만은 않은데, 이 소설은 보면 볼수록 팬픽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데도 읽는 내내 그런 실망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작가가 그만큼 이야기에도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부터가 자연스럽다. 이를 위해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 문제나 사생팬으로 인한 피해, 그러한 것들로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 그리고 그로인해 자연히 겪게되는 외로움 등을 두 사람에게 부여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좋았다. 이게 얼굴도 보지 않고 단지 SNS로만 통하는 사이끼리 어떻게 감정이 깊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정신적인 면들은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문제라서 현실감도 더해준다. 이게 스타와 팬의 로맨스라는 다분히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조금은 더 그럴듯한 것으로 꾸며주기도 한다.

이야기를 트위터 트윗과 DM을 이용한 대화, 경찰 신문조서, 그리고 테일러와 테사의 이야기로 나눠서 전개하는 것도 좋았다.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오해하고 해소하고 하는 것을 보이거나 로맨스에 필요한 쪼는 맛을 주기도 할 뿐더러, 이야기를 끌어올렸다가 장면을 전환하며 잠시 숨을 돌릴 틈을 만들어주기도 해서다. 이런 방식은 자칫하면 흐름만 툭툭 끊어놓는 엉성한 구성이 되버릴 수도 있는데, 짧게 여러번 끊으면서도 적절한 길이와 내용을 담아서 그런 불편함도 딱히 없다.

소재만 보면 좀 무겁지만 SNS와 섞이다보니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좀 가벼운 편인데, 이것도 로맨스 소설로서는 장점이다.

대신 그만큼 스릴러로서의 성격은 좀 약하다. 왓패드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에서 무려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소설라더만, 나름 심각한 상황이 닥쳐도 별다른 긴장감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소설은 딱히 이야기가 신선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팬덤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서스펜스라던가, 실제 만남없이 네트워크로만 소통하다 공감하고 끌리게 되는 이야기도 이미 영화 등을 통해 익히 접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둘에 더해 정신적인 문제라던가 해킹같은 현대의 이슈들도 잘 버무렸기에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

  1. 왓패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란 걸 생각하면, 어쩌면 이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