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여름’은 계속해서 바뀌는 이야기를 흡입력있게 펼치는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피의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어 ‘황금엉덩이’라는 다소 수치스런 별명까지 얻은 여검사에게 갑작스레 치매 아버지가 성폭행을 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며 시작한다.

CCTV도 있는데다 요양보호사들도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간 알았던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소식이기도 해서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의심병이 도진 것 반, 아버지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기 싫은 마음 반으로 요양원 측과 피해자의 아들이 주장하는 성폭행의 진실을 명확히 하려고 하면서 ‘정해심’은 뜻밖의 비밀과 복잡한 과거를 알아가게 된다.

소설은 중간에 새로운 증거나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마치 장르를 갈아타는 것처럼 이야기가 홱홱 바뀌기도 하는데, 그 연결이 어색하지 않아서 상당히 흥미롭다. 생각보다 복선이 직선적이고 연결과 해소도 잘 한 편이라 (이야기가 바뀐다고 한 것과는 달리) 딱히 반전 매력 같은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만 읽는데 걸림도 없고 한번 올라온 재미도 잘 잃게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다.

거기엔 미스터리 요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유가 크다. 정신이 멀쩡한 피해자는 파킨슨 병으로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피의자로 지목된 양반은 치매로 정신이 온전한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데, 이게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지도 모호하고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와 함께 과거의 이야기를 동시에 하면서 적절한 순간에 이들간의 관계와 사건의 전말을 풀어내는 것도 잘했다. 이 서사가 꽤 나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예상되는 전개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좋다.

이야기 곳곳에 깔려있는 성 갈등 요소도 잘 이용한 편이긴 하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보이는 기조가 그렇게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 진행에 꼭 필요하지 않은데 그런 내용이 나오기도 해서 좀 불필요하게 언급이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전개가 다소 예상된다는 것과 함께 이는 아쉬운 점이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