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소재로 한 가상 역사 소설이다.

표지

애초에 민감한 소재를 호불호가 있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있다. 한마디로, 인터넷에서나 돌아다니던 음모론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는 거다.

그렇기에 그런것들이 두드러지는, 아니 확실시되는 거의 초반부터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크게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소설이 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소설은 일종의 가상역사, 그것도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는게 편하다.

그런 관점에서는 나름 흥미로운 가정들이 들어있긴 하다. 이것이 소위 음모론의 (어떻게 보면 유일한) 장점이기도 한데, 얼핏 들으면 진짜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상당히 그럴듯한 설명들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기에 나름 SF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이것은 음모론이 가진 한계 중 하나로, 특정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설명을 덧붙이는 건 잘 하지만 서사를 갖춘 일관된 얘기로까지 정리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특징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요소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아 그것들을 모아놓고 보면 결국 얼토당토않은 소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 소설은 단일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 후자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으나, 전자의 문제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음모론적인 요소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발단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낼 것인지는 오로지 저자 자신이 채워넣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걸 썩 그렇게 잘 하지 못했다.

뒤로 갈수록 설정이나 상황 전개가 허술해지고, 그에 따라 이야기도 좀 황당한 면을 보인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이 그러해서 그럴듯함보다는 의문이 더 많이 느껴졌다. 굳이 현대를 배경으로 삼은 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국뽕 요소를 어설프게 집어넣은 것도 별로였다. 꼭 막강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닐지언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와 같은 카타르시스라도 느껴지면 또 몰랐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어서 도리어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왕 음모론과 국뽕을 주요 요소로 잡았다면, 차라리 끝까지 뻔뻔하게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