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은 한 여성 전용 셰어 하우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다.
시작하면 잠시 좀 혼란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수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뭉텅이로 등장해서는 아직 잘 구분이 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바로 이야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상태를 오래 지속하지는 않는다. 곧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사건들을 하나씩 파헤치는 식으로 일종의 연작소설처럼 이야기를 전개해가기 때문에 각각의 사연과 캐릭터도 서서히 감을 잡을 수 있고, 소설 전체를 가로지르는 음식물 도난 사건도 연관지어 따라갈 수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에 가벼운 미스터리를 더한 코지 미스터리로서 양쪽의 이야기 비중은 나쁘지 않게 잡은 편이다. 그러나 균형이 맞느냐고 하면 그건 좀 미묘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느닷없이 탐정모드로 바뀌어 미스터리 풀이가 진행되는 느낌도 좀 있다. 뒤에가서 뜻밖의 ‘그랬어?’하는 식의 트릭을 자주 사용해 더 그렇다.
뒤돌아 살펴보면 각각의 이야기를 특정 인물의 시점으로 그린 게 아니라, 전체를 모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린 것도 좀 아쉬울 수 있는데 서술적인 면에서 좀 억지스럽게 숨기려고 하는 연출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각 장을 개별 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내용 면에서는 (코지 미스터리인 만큼) 전체적으로 무난하긴 한데, 모든 에피소드에서 강한 경향성이 느껴지는 것은 솔직히 유쾌하지 않았다. 전혀 그런 걸 기대하고 손에 든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혀 그게 마땅해 보이도록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다든가, 그런게 있어도 상관 없을만큼 다른 부분의 서사가 제대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라서 더 그렇다. 굳이 이런 걸 넣을바에 서사나 더 꼼꼼하게 매울 것이지.
심지어 그 중에는 개인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는 소재도 있어, 자칫 소설의 호불호도 크게 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