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홈(Going Home)’은 타임슬립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표지

우리는 으레 독립운동은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과정과 결과가 제 아무리 괴롭고 험난한 것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상당거리 떨어져 있으면서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나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 때를 살았던 당사자였다면 과연 독립운동을 마땅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굳이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면서까치 친일과 매국을 멀리하고 지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이기에 과연 주인공들은 어떤 행보를 나아갈지, 그를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슨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런 점에서 결론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기대하던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던데다가,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쉬웠다는 정도로 얘기하기에는 앞뒤가 안맞거나 이상한 것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그 중에는 소설 전체를 가르는 것도 있었는데, 대체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독립운동에 몰입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그렇다.

시작할 때 그러한 사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상을 보였기에 제 아무리 타임슬립으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주인공들이 그렇게까지 의사로서의 활동을 하는데는 마땅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생략된채 ‘어?’하는 새에 인간이 말 그대로 바뀌어 있어 당황하게 만든다. 이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이 지극히 애국적인 의사로서의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소설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로맨스도 그렇다. 이 두 사람에게 나름 재미있는 인연이 있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왜 또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지는 다른 얘기인데 그걸 전혀 풀어놓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어 더 친밀감을 느낄법도 한 등 요소는 있다만 꿰어지지 않은 채 흩어져 있어 의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역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어?’하고 그런 상태에 빠져있어 이상해 보인다.

독립운동가와 친일매국노, 그리고 밀정 사이의 복잡하고 난해한 정체성 문제도 나름 흥미롭게 만지려는가 싶더니 그냥 좀 건드리고 마는 정도라 거품처럼 느껴진다.

타임슬립 설정과 그를 이용한 전개도 좀 이상해서 중대한 의문을 남긴다. 소설에서는 이를 나름 퍼즐같은 요소로 사용하려했는데,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더 그렇다.

그 밖에도 (모두 나열하지는 않겠다만) 공황장애와 번아웃이 있다고 하면서 정작 그 증세는 조현증의 것에서 일부 가져온다든가 하는 등 뭔가 잘못된 어긋남을 느끼게 하는게 여럿 있고, 그것들이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걸리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는 작은 실수라고 치부하고 부러 감안해줄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쌓이다보니 결국 다 보고 나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좋은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꽤 현장감있게 보여준다는 게 그렇다.

소설 속 이야기는 대부분 순국선열 의사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그걸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오필립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대리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그 덕분에 역사왜곡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소설적 상상력으로 상세를 채워 그럴듯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는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만큼 소설 역시 그것에 준하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기도 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