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저세상 오디션’은 저세상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오디션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망자들이 오디션을 봐야한다니, 이유가 뭘까. 이들은 그냥 죽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패널티로 오디션에 합격해야만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

느닷없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것 같다. 죽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뭘 그렇게 해야하는지 한탄스럽기도 하고, 오디션은 무슨 오디션이냐며 놀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죽었는데 뭐 어쩌라는 거냐며 배째라는 심정이 일기도 할거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오디션에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시시때때로 끼는 검은 안개가 이미 죽었기에 죽지도 못하는 그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며 점점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번을 해봐도 대체 오디션을 어떻게 봐야하는건지는 도통 모르겠고, 그렇다고 마냥 죽치고 있을 수도 없으니 절로 괜히 죽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위해 만들어진 소설 속 저세상은 다분히 종교적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살면서 했던 일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는 세계관부터가 그렇다. 자살을 엄하게 다루는 부분 역시 종교에서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종교와 다른 점은 죄악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며 율법을 들이미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이 어리석은 짓인지를 느낄 수 있게 그렸다는 것이다. 오디션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일면들을 보이기위한 등장인물이라 할 수 있다.

좋은 것은 처음부터 이런 메시지를 위해 쓴 소설이기 때문에 일관되게 같은 기조를 느낄 수가 있다는 거다. 그를 위해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른 사연을 부여한 것도 좋았는데,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여러 사연과 후회가 그들이 남겨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조금씩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메시지 부분에 강점이 있는 것과 달리, 이야기 구성과 저승 판타지라는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보인다.

사소하지만 오디션 인원이 13명인 것부터 좀 별로다. 그리 많지 않은 수인데다 딱히 특정 그룹으로 나눠지거나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나머지는 애초에 없다는 듯이 그 중 일부1만이 등장해서 소통하고 친분을 쌓고 그러는게 이상해서다. 수십명이 넘어 다 다룰 수 없는 정도로 할 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언급할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으로 설정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적어도 대한민국의 자살률2과 맞췄으면 의미라도 있었지, 13명은 별 의미없이 불필요하게 많은 수다.

전작인 구미호 식당과의 연결점을 위해서였겠지만, 구미호의 등장도 좀 쌩뚱맞다.

가장 큰 허점은 책임자들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거다. 대체 몇번이나 잘못을 저지르는 건지, 나중에는 설마 이 자식들 일부러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대한 엄밀하고 공정하게 하는데도 규칙 등의 한계로 실수가 발생한 것처럼 그렸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대놓고 구멍이어서 이들은 물론 저세상 자체까지도 미심쩍게 여기게 한다. 이것이 저세상과 현실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등 나름 분명한 세계관을 그렸던 것까지도 빛이 바래게 만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주로 나일호, 나도희, 황명식, 이수종, 도진도, 진주구슬, 그리고 머리를 산발한 아줌마 

  2.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잠정 자살자수는 13,018명으로 1일에 약 36명 꼴이다. 6월의 잠정 자살자수는 1,128명으로 1일에 약 38명 꼴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