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노 히카루(遠野 遥)’의 ‘파국(破局)’은 한 남자가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인 ‘요스케’는 좋게 말하면 굉장히 밸런스를 잘 잡고있는 인물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하는가 하면 그 못지않게 체력을 단련하며 스포츠에 열정을 쏟기도 하고, 하려던 일을 미루고 친구를 만나러 선뜻 나서기도 하지만 술을 먹지도 않고 사람들 무리에 기꺼이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오롯이 홀로 지내기만을 즐기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멀쩡히 여자친구도 있으며 성욕도 강한 편이다.

이런 그의 상태는 조금 다르게 말하면 몹시 불안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밸런스가 적당한 중도로서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뒤틀린 가운데 간신히 자리잡고 있는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밸런스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언밸런스함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조금만 삐긋해도 쉽게 무너질 것처럼 불안해보인다. 이것이 일부 장면이나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 전체에 낮게 깔려있어서 언제 파국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소소한 긴장감을 준다. 계속 읽게 만들만큼 문장력도 좋은 편이어서 이게 거의 끝까지 유지되는데, 이런점은 상당하다고 할만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파국이 일어났을 때의 솔직한 감상은 너무 급작스러워 당황스럽다는 거였다. 그때에 일어나는 개개의 사건들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 전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럴 가능성을 깔아뒀던 것도 맞지만, 배치가 좋지 않았달까. 그런 순서로, 그런식으로 한번에 일어나는 것은 별로 설득력도 없었으며 그렇게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도 좀 급발진적이었다. 소설을 보고난 감상이 ‘놀랍다’기 보다는 ‘당혹스럽다’는 것에 더 가까운 이유다.

어쩌면 기괴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인면이 있으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결코 실존하지는 않을 것 같은 주인공에게 썩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조작하고 왜곡해서라도 그럴듯한 이유와 사정을 갖다붙이길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때론 좀비같고 때론 로봇처럼 행동하며 유독 특정한 부분에서만 이성과 감성이 배제되는 이 독특한 캐릭터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것만으로도 어째서 평점이 극적으로 나뉘었다는 것인지 좀 알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를 제3자의 시선으로 다시 그려보면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거다. 보편성과 기묘함은 표리부동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제는 전형적인 한 젊은이의 욕망과 실패를 이런 식으로도 그릴 수 있다는게 한편으론 대단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