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하라 유코(柿原 優子)’ 원작, ‘야스(ヤス)’ 만화의 ‘일하는 혈소판짱(はたらく血小板ちゃん)’은 몸 속 세포를 의인화한 ‘시미즈 아카네(清水 茜)’의 만화 ‘일하는 세포(はたらく細胞)’의 혈소판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만화다.

표지

개인적으로 ‘일하는 세포’ 시리즈를 굉장히 좋게 봤다. 몸 속을 하나의 세상으로 그리고 세포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의인화를 함으로써 인간 몸의 작용을 굉장히 흥미롭게 그려낸데다, 의학지식을 의외로 적절하게 (그러면서도 판타지스럽게) 재해석해 담아냈으며, 무엇보다 세포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만화로서도 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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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스핀오프인 이 만화도 상당히 기대를 하고 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하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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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띠지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그런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귀여우니까 그린 만화랄까. 원작에서 비중이 높지않아 아쉬웠던 캐릭터 중 하나인 혈소판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아이의 모습으로 그려진 혈소판의 귀여움을 듬뿍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나름 컨셉을 잘 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혈소판이 활약할 수 있는 경우가 너무 한정적이어서인지 대부분 일하는 세포 시리즈와는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거다. 만화 속 혈소판들이 벌이는 일들은 일부 혈소판이어야만 가능한 일들도 있기는 하나 딱히 혈소판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들이 더 많다. 아이들의 일상을 그린것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보니 때로는 혈소판으로서의 요소를 억지로 끼워넣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원작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좀 실망스러울만하다. 아무리 그 외의 이야기를 하는 스핀오프라고는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만화 속 혈소판들의 귀여움이 그렇게 잘 와닿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아이를 그린 작품들이 딱히 별 내용이 없더라도 그렇게 공감을 사고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작품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쉽게 와닿기 때문이다.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작은 몸짓이나 사소한 행동에서도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끄집어내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게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움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만화에는 그런 요소가 없다. 오히려 그러기는 커녕 몇몇은 비인간적인 특징이 이상하게 결합되어있어서 아이 특유의 순수함이나 귀여움이 아니라 다소 당황스러운 기괴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인간이 아니었다면 가끔씩 보이는 인간적인 요소들이 더 특별해 보이면서 유아적인 귀여움으로 느꼈을텐데, 이 만화는 반대로 인간(모습)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면을 보임으로써 쉽게 그러지 못하게 만든다.

일하는 세포로서의 정체성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아이의 귀여움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다니. 일하는 세포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볼 만화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