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타 마토(可歌 まと)’의 ‘하토코 씨는 때때로 마법소녀(鳩子さんは時々魔法少女)’는 마법소녀물을 독특하게 재해석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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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은 어떻게 보면 그 기력이 다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간 수 많은 소재와 이야기로 우려지면서 대부분 할만한 것들은 다 소진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눈에 띄었던 마법소녀물은 ‘이런 건 마법소녀물이 아니야’라고 할만큼 (심한것은 정신적인 충격까지 줄 정도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것들이 많았는데, 이 만화도 반쯤은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다.

꿈과 희망, 사랑으로 가득차있던 기존의 주인공상과는 달리 직장인 덕녀를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심지어 이 사람, 이 일에 전혀 의욕도 의무감도 없다. 어디까지나 괜찮은 조건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쫒겨날 수 없다는 어른의 사정 때문에 귀찮은 직무외 부가업무를 수당이란 미끼에 이끌려 수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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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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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활동한다.

하지만, 일단은 ‘변신’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꽤나 화려하고, 어쨌든 ‘소녀’라서 그런지 굉장히 귀여운 인상을 하고 있으며, 어느정도는 직업의식도 갖고 있어서 나름대로 서비스도 하다보니 실제 사람과 하는 행동, 그리고 결과로 비쳐지는 모습 등이 상당한 간극을 보이는데 이게 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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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그 자신이 덕녀이기도 하지만 또한 일종의 갭모에 대상이기도 한데다 독자들의 입을 대신해주는 대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는 손쉽게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을 할 수 있고 애정을 갖게된다.

이미 거부할 수 없을만큼 귀엽게 그려놓아놓고서도 단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마냥 기대하지 않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곳에 판을 깔아둔 부분에서는 작가로서의 역량도 좀 엿보인다.

온도차를 보이는 주인공의 말과 생각은 이 만화의 주요 코미디 요소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잘 살렸다. 앞서 ‘독자의 대변자’이기도 하다고 한 것은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라서 이 공감점이 책 속 코미디들을 별로 실패하지 않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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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마법소녀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만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은 전형적인 전개를 따르는 것도 재미있다. 기존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들을 직장인물로 재해석한 것 같아서다.

배경인 ‘시라토리 시’ 사람들이 그러한 일상이 익숙해져 마자폰과 마법소녀의 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마치 현실에서 마법소녀물을 직접 보는 것처럼 대하는데, 이런 연예인이나 어트랙션을 보는 것 같은 반응도 재미있었다. 참 여기 저기에 덕들이 넘쳐나는 만화라니까.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은 자연히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으로 이어지면서 마치 마법소녀들의 현실적인 뒷사정을 보는 듯한 느낌도 주는데, 이런 은밀한 엿보기 요소도 꽤 괜찮았다.

잘 보면 마법소녀가 나오는 판타지물로서의 설정도 꽤 잘 짜둔 듯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발생했다는 식으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운석으로부터 시작한 기묘한 현상이 모종의 이득관계를 만들어냈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지 ‘원래 그런 세계’라는 식으로 얼버무린 게 아니라서 이후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어떻게 평범한 인간이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던가, 그걸 특정 회사가 운영한다는 점도 그렇고, 마자폰들은 어떻게 생겨나며 어째서 마석을 떨구는가 하는 것 등도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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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이자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이 만화는 또한 순정만화이기도 한데, 이미 몇개 작품을 해본 작가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도 꽤 잘 살렸다. 코미디에 좀 묻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개인적인 트라우마 같은 것을 딛고 성장하는 것이라던가, 주인공의 덕스런 부분 때문에 좀 묻히기는 하지만 연애노선도 나름 잘 보여준다. 아직은 좀 약해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점들은 기본 설정이나 인물관계가 다 풀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더욱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설정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장기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가 바닥나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괜히 무리하게 질질 끌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