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리 고유키(服部 小雪)’, ‘핫토리 분쇼(服部 文祥)’의 ‘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はっとりさんちの狩猟な毎日)’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표지

생각해보면 참 독특한 가족이다. 굳이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것도 그렇고, 그걸 도시 속에서 살면서 한다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는, 보통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에서 벗어났다는 것까지 그렇다. 누가 도시에서 살면서 수렵생활을 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이 딱히 무슨 그런 삶의 가치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런다는 그럴듯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활은 어디까지나 취미와 취향 때문일 뿐. 그래서인지 남들이 뭐라건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또 좋다.

물론 가족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깊게 빠져있는 듯한 남편 분쇼를 제외하면 모두 조금씩이나마 불편이나 불만스런 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실랑이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코미디가 가미된 일상툰을 보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런 생활의 중심에 있는 남편이 아니라 그 옆에서 가볍게 참여하거나 휘둘리기도 하는 아내 고유키의 입장에서 써서 희석되기도 했거니와, 신경도 쓰이고 불만스러워 할 때도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의외로 즐기는 듯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그렇다.

주 배경이 집이라서 위험과는 거리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들의 생활은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과 위험함을 동반하고 있다. 실제로 남편 분쇼는 활동중에 크게 다치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그것 자체보다는 가족 이야기라는 범주 내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딱딱하지거나 하지 않는다.

어려움과 고생했던 것은 축약한만큼, 산행의 즐거움이나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의 좋은 점 같은 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가축이 함께하는 삶 역시 옛 시골에만 있던 정취를 떠올리게 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절로 ‘아, 이런 삶도 좋구나’ 싶다.

그저 철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에는 생각거리나 교훈도 있다. 사냥을 하거나 기르던 가축을 죽이고, 직접 해체하고 그 고기를 먹는 것이 현대의 정갈하게 포장된 생활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죽음과 삶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해주는 것도 그 하나다. 이런 건 본디 인간이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던 것들이었는데, 확실히 도시화가 되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