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그린 일종의 공포 소설이다.

표지

이 책에 실린 두개의 소설은, 모두 좀 기묘하면서 애매한 느낌을 준다. 분명한 무언가를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막 감추고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그 경과는 그래도 분명한 편이며, 그가 겪는 사건이 비롯된 존재가 무엇인지도 어느정도 묘사하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치 않은거다.

첫번째 단편 ‘런’이 해석의 여지를 둔채 끝내버려서 그렇다면, 두번째 단편 ‘그분이 오신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서 그런 것에 가깝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의 서사는 사실 곁가지라 할 수 있다. 그가 겪은 굴곡이나 그러면서 엿보게 되는 인간에 대한 혐오스러움, 사회비판적인 것으로 해석될만한 모순적인 모습 같은 것들이 사실은 다 맥거핀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뒤로 갈수록 의미를 잃고, 종국에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다만 본격적인 끝으로 가는 단 한번의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맞딱뜨린 후의 일이, 거기에 있었던 기묘한 사실이, 후반의 것으로 제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것인 것도 아니다. 그것 역시 아무런 중요도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대체 뭘 얘기하려는 거냐는 의아함이 꽃피기도 한다.

이걸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게, 딱히 기괴한 소름끼침이나 공포, 종말론적이라 할만한 분위기같은 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느닷없다는 것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개별 단편집으로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걸까.

이 책 속 이야기들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푸르게 빛나는’과 묶음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쇼-트’라는 기획으로 담기엔 양이 좀 되서 어쩔 수 없이 쪼개며 픽스업이 되길 바란건데… 글쎄다. 그러려면 각권이 개별적인 완성도를 갖고있으면서 또한 다른 걸 궁금해 할만큼 흥미를 돋워야 하지 않나. 그렇다기엔 너무 두루뭉실한 모호함과 난해함이 있어서 다른 반쪽까지 볼만한 동력을 주지는 않는다.

차라리 쇼-트 시리즈가 아닌, 개별 단편집으로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