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를로르(François Lelord)’의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Hector et les lunettes roses)’은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등으로 유명한 꾸뻬 씨 시리즈의 최신간이다.

표지

어찌보면 참 특이한 책이다.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읽다보면 때때로 자기계발서 같다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그리 틀린 생각이 아니다.

실제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뻬 씨 시리즈는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들을 정신의학적인 예시나 이론을 통해서 얘기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대중의학서라고도 할 수 있고, 스스로 더 나은 상태로 이르는 방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독특한 점이라면, 그걸 일반적인 지식서의 문법 대신 ‘소설’이란 형태로 담아냈다는 거다. 학습적인 내용을 만화로 담아낸 걸 ‘학습만화’라고 하니,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학습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몇몇 부분에서 조금은 튄다 싶게 학습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게 단점이라 느껴질만큼 어색하지도 않고, 소설적인 재미도 꽤 잘 살렸다.

주인공인 꾸뻬(Hector) 씨가 여러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경험하고 생각하는 일들을 담은 이 소설은, 조금은 여행 소설같은 측면도 있어서 각지의 모습이나 그곳에서의 사회적인 이슈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이야기를 위해서만 덧붙인게 아니라, 꾸뻬 씨가 말하는 ‘깨달음’의 실제 사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와 거기에 녹아있는 개별 사례, 그리고 그로부터 끌어낸 깨달음도 꽤 잘 풀어냈다. 그래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면서 각각의 경우와 그에 따른 지침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핑크색 안경’에 관한 책을 (책 속에서도) 저술한다는 식으로 설정한 것도 꽤 좋았다. 그 덕에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더 자연스러웠으며, 여행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정신의학 관련 내용도 저서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보충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 쪽 경험이 없으며, 자신도 관련 사례를 겪고있는 기자가 함께 한다는 것도 좋았는데, 꾸뻬 씨의 깨달음과 그 적용 예를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핑크색 안경’이라는 것도 참 멋졌는데, 비록 전문 용어 등에 비하면 좀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아는 안경으로 비유해 얘기함으로써 슬쩍 듣기만 해도 어떤 느낌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꾸뻬 씨의 ‘가르침’들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대게 납득이 가고, 심지어 몇몇은 나 자신이 생각해본 적도 있는 것이라서 더 그렇다. 일부는 현재의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들도 있었다.

나는 현재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가. 또, 나의 핑크색 안경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