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있으니, 애니를 보지 않은 사람은 주의 바란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복수극

지옥소녀(地獄少女)를 봤다. 복수 + 지옥 + 소녀라는 매력적인 조합에 이끌려서 보기 시작한 애니였다.

일단 내가 본것은 1기 25화 뿐이다. 일단 보기 시작한거 끝장을 보자는 생각에 계속 봤다만, 어째 보면 볼수록 실망만이.. -_-;;

지루한 주제들

복수를 원하는 자들의 사연이 너무 지루하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거나, 너무 비약했기 때문에 전혀 와닿지 않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17화가 그렇다. 한 여중생(?)의 개가 다리를 문걸 계기로 개를 인질로 잡고 여중생을 부려먹는데.. 이미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계약을 맺는것도 그렇고, 선생에게 상담을 해서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다는걸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일관성 없는 규율

초반에는 복수의 대상에게 괴로움을 주고 복수의 원인을 설명한 다음 용서를 빌겠냐고 물어본다. 물론 지는 잘못 없다고 하지. 그리고나면 지옥으로 보낸다.

그런데 중간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어떻게든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심지어는 정식 계약을 맺기위한 검은 지푸라기의 빨간실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풀어도 계약이 되어버리며, 복수의 대상이 사실은 잘못이 없고 사죄하길 원하고 있더라도 무시하고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그것 뿐이랴? 전혀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약돼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옥으로 보내는 경우까지 나온다.

이게 다가 아니다. 와뉴도는 한번 검은 지푸라기 인형이 되면, 빨간 실을 풀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다고 19화에서 씨부리는데, 그 설정도 바로 다음화인 20화에서 뒤엎어진다. 와뉴도는 빨간 실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다시 와뉴도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얘기하고 이동한다.

이게 뭐냐.

와뉴도는 왜 변신하는가

지옥소녀의 일에는 전혀 불필요한 과정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와뉴도의 변신이다.

와뉴도는 지옥소녀를 원한 상대에게 나르는 마차이기도 하며, 원한을 품은 자와 정식 계약을 위해 사용하는 검은 지푸라기 인형이기도 하다.

지옥통신의 일 처리 순서는 이렇다.

  1. 인터넷으로 원한 상대의 이름을 적는다.
  2. 지옥소녀는 검은 지푸라기 인형으로 변신한 와뉴도를 들고 원한은 품은 자에게 간다.
  3. 계약에 대해서 설명하고 검은 지푸라기 인형을 건낸다.
  4. 원한을 품은자가 검은 지푸라기 인형의 빨간 실을 풀면 정식 계약이 이뤄진다.
  5. 정식 계약이 이루지면 와뉴도는 다시 지옥소녀에게 간다. 거기서 마차로 변신해서 지옥소녀를 태우고 원한 상대에게 간다.
  6. 와뉴도는 다시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다른 녀석들과 함께 실컷 괴롭히다가 지옥으로 보낸다.

정식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검은 지푸라기 인형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와뉴도와 지옥소녀가 뻔질나게 내세와 집을 왔다갔다 해야된다는 점이다.

애니를 보다보면 원한을 품은자가 빨간 실을 풀 때, 지옥소녀가 뒤에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도 어김없이 마차를 타고 다시 오는데.. 그렇다는 얘기는 다시 집으로 가서 와뉴도가 변한 마차를 타고 다시 내세로 온다는 얘기다.

대체 뭐하러?

물론 제작자 입장에서는 비쥬얼을 강조하려고 그런거겠지만.. 전혀 쓸데없는 절차였다. 그런 쓸데없는 비쥬얼에 신경 쓸 시간에 내용을 더 치밀하게 만드는게 나았다.

지옥소녀는 무적?

애니 끝자락에 보면, 지옥소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결국 지옥에 떨어졌고 지옥에서 나오는 대신에 지옥통신 일을 하게된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즉, 지옥소녀가 그 일을 하는것은 더 높으신 양반의 의지로 인한것이고 지옥소녀는 그저 일을 수행하는 (말하자면)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지옥소녀가 약속을 어겨 지옥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했을 때, 지옥소녀는 너무 쉽게 그 상황을 빠져나온다.

게다가 1기의 사건이 마무리되고 난 후, 지옥소녀가 다시 지옥통신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2기에 이어 3기까지 나왔고…

대체 뭐지?

높으신 양반은 그렇게 쉽게 규율을 깨고 맘을 바꿀정도로 변덕쟁이인가? 아니면 지옥소녀는 무적??

그래서?

소재는 나름 괜찮다. 하지만, 재미는 없다. 차라리 지옥소녀를 패러디한 지옥소녀 스토리 다이제스트가 훨씬 재미있을 정도다.

무려 3기까지 나온 나름 성공작이지만, 더 보고싶은 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