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영의 소설집 ‘모두의 내력’은 그의 암울한 현실 같은 단편 8개를 수록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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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단편은 모두 각각의 이야기와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서 같은 감성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건 현실의 어둡고 더러운 일면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일상과 함께하지만, 결코 마주 보고 싶지 않아 짐짓 감춰두고 있는 그것들을 작가는 굳이 끄집어내어 소설로 박제해 보여준다 우리네 삶의 단면 같은 이 이야기들은 그만큼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해서 더 기분 나쁘게 다가온다.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쓴 걸까.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래야 쓰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일부에선 그런 면모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마치 감정 없는 제3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건조하고 덤덤하게 사건들을 담아냈다. 그래서 그저 사실을 적시하고 전달하는 느낌도 받는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있다고, 그러니 몰래 지나치려 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 ‘이래야 쓰겠냐’는 것은 작가가 아닌 내 느낌이 아닐까. ‘헐’ 하는 신음과 함께 찾아온 온갖 생각들은 작가가 내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 속에서 나온 생각인 거다. 어쩌면 이게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번쯤 보고, 생각해 보는 것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맨 처음 본 ‘해바라기 벽’이었는데, 나와도 접점이 있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아서 몇 번 깊은 생각에 빠져보게도 했다.

수록작들은 모두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행히 이야기는 꽤 재미도 있고 흡입력도 있다. 몇몇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지루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짧아도 강렬하게 왔다가 가는 것도 좋다. 단편의 매력을 잘 살린 것 같다. 암울한 것을 꺼리지만 않는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