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ひとりでカラカサさしてゆく)’는 독특한 죽음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여기, 젊어서부터 친했던 세 노인이 있다. 이들은 각자만의 이유로 생을 마감하기로 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뒷처리를 맡긴채 사냥용 총을 이용해 자살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내용만 보면 꽤나 그렇다.

그들은 대체 왜 그러기로 한 것일까. 그들의 집단 자살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식의 진실 찾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단지 그들의 죽음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게되는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전혀 사람들과 척을 진 것도, 그렇다고 대단히 기밀하게 지내온 것도 아니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나이를 먹으며 차츰 혼자있는 시간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을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들의 죽음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남겨진 사람들도 거기에 얽매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잠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점차 자신이 원래 그랬던대로, 일상이라 할만한 생활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단지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늘어놓을 뿐이기에 막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얼핏 ‘이렇게 끝이야?’ 싶기도 하다. 흔히 소설을 읽을 때 기대하는 명확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소설은, 마치 우리네 인생의 일부를 떼어 붙인 것 같이, 현실적이다. 살아간다는 건, 심지어 죽음마저도, 다분히 이런 것이 아니려나.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