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표지

이제야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은 새로운 소설은 아니다. 2007년 초판이 나와 이제 3쇄가 된 책이기 때문이다. 당시엔 나름 ‘새로운 가족’을 담은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건 지금 봐도 어느 정도는 그러해서 10여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소설은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가족을 이룬 구성원들 때문이다. 그 중심인 엄마라는 사람이 무려 3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덕이다. 그래서 편모 가정에 성이 다른 남매가 3명이나 있다.

이들은 아빠가 다른만큼 서로 다른 나름의 사연을 갖고있으며, 그것들은 이야기가 진해되면서 조금씩 꺼내지기도 한다. 그러나 딱히 그걸 면밀히 들여다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건 주인공인 큰 딸 ‘위녕’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시작하면서 부터 중후반까지 그녀가 왜 엄마에게로 왔는지 그 사연을 안개 속에 놓아둔다. 뒤에 엄마의 대사 등을 통해 조금 풀어내긴 하지만 그때조차 그냥 그랬다는 식으로만 던지고 넘어간다. 이런 묘사의 부족함은 그녀의 행동이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갈등의 해소는 더 그렇다. 작가는 책 속 이야기들의 갈등 해소를 썩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무려 십수년을 끌어온 것을 잘 담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이제까지는 왜 그랬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순식간에 이해한고 하질 않나, 어떤 건 그냥 ‘시간이 풀어줄 것’이라는 듯 방치하기도 한다.

메시지나 생각을 전하는 방식도 좀 단순하다. 대부분이 대사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담은 생각도 소설을 위해 정제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이 마치 날 것 그대로 드러난 것 같은 것들이 꽤 있다. 그것들 중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어 썩 좋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아무리 1인칭 시점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한쪽 편에서만 풀어가는 면이 있다. 엄마의 이혼에 대한 것도 그렇고, 아빠와의 갈등도 그렇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에서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게 그런 사건들을 통해 바뀌고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든다. 아이같은 유쾌한 엄마를 통해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게 진중하게 다뤄야 할 것들까지 가볍게 다뤄지게 만든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일상을 담은 것이다보니 때로는 붕 뜬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다른 내용들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딱히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잘 짜여지게 쓴 소설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일단 소설이고,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봐야하지만, 그 안에는 저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마치 일기라고 할만큼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게 결국 그런 제대로 짜여있지 않음을,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듯 하면서도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는 엄마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면서 하는 가족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름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서로 아빠와 성이 다른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주는 것은 무엇인지, 나아가 가족이라 하는 관계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특이한 엄마를 통해 나오는 행복에 대한 얘기들은 비록 조금은 교과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만,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것이라 책을 보면서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