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햐르트 프리베(Richard Friebe)’의 ‘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Hormesis: Das Prinzip der Widerstandskraft Wie Stress und Gift uns starker machen)’은 흔히 나쁘다고만 알려져 있는 것들의 이면을 다룬 책이다.

표지

흔히 어떤 물질이 있으면 그건 좋거나 혹은 나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성분이 효과를 일으킨다고 보는거다. 만약 그게 유해하다면 그 양이 늘어날 수록 그에 비례해 더 큰 악영향을 끼칠것이라고 보는 이런 관점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나 사실 진실과는 꽤 거리가 있다.

당장 유익한 물질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유익한 물질에 대해 얘기할 때는 어느 누구도 양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더 큰 유익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흔히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것은 모자람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유해물질에 대해서만 선형적일 것이라 생각하는건 넌센스다.

실제로 과유불급과 같은 현상은 유해물질에서도 나타난다. J자 또는 U자 커브를 그리며 특정 양 구간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결과를 보인다는 말이다. 다만 유익물질과 다른 것은 그 구간이 좁고 훨씬 비교적 적은양일 때만 그런다는 거다.

호르미시스 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

왜 그런걸까. 그것은 우리 몸이 일종의 저항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반응으로 해당 물질을 처리하고 죽은 세포를 정리하는 등 개선 작업을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적당한 소량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오히려 면역향상을 가져와 몸을 더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이런 몸의 작용을 ‘호르메시스 효과(Hormesis)’라 한다. 마치 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책에는 그런 작용을 하는 다양한 유해 물질들과 연구, 그리고 사례가 담겨있다. 그 중에는 인류사를 끝낼 것이라고도 우려하는 방사능도 있다. 이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꽤 흥미롭다.

꼭 유독물질과 접촉하는게 아니라 하더라도 호르메시스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많다. 우리가 이제껏 유익하다고 얘기해왔던 운동도 그 하나다. 운동 자체는 근섬유 파괴와 활성산소 생성 등 몸에 유해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과한 운동이 몸을 해치고 잘못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3일에 한번 힘들다 느낄 정도로 하는 운동은 몸이 그에 반응해 더 나은 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근육량 증가를 위한 초과회복도 호르메시스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이쯤 되면 과연 일상속에서 접하는 사소한 유해물질을 그렇게 꺼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악용될 것도 우려된다. 유해 물질을 만들어내고 또 소비하는 사람들이 자기 방어 논리로 이용하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호르메시스 효과는 어디까지는 특정 구간에서만 약효과는 내는 것, 대부분의 경우에 유해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호르메시스 효과란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길거리 흡연이 나쁘냐고? 여전히 그렇다. 이런걸 포장하기엔 호르메시스 효과는 개인차도 있고 너무 미묘하다.

그래도, 어떤가. 알기 전에 비하면 건강염려증은 좀 덜 하지 않은가. 재미있는 부수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