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졸(Gazhole)’과 ‘크뤼시포름(Cruschiform)’의 ‘뾰족반듯단단 도형 나라의 비밀(Il était une forme)’은 도형을 이용한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동화 그림책이다.
동화의 등장인물을 도형으로 그렸다고하면 얼핏 성의없어 보인다. 기본도형에 선분을 좀 더 추가한다고 해도 그래봐야 단순한 도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그림책에는 엄청나게 화려한 도형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그림책 치고는 삽화가 단순해 엄청 볼 건 없을거란 첫인상이 그럭저럭 맞는 셈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전혀 그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된다. 단순히 등장인물을 도형으로 그린 것 뿐 아니라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도 확실히 담아냈으며 심지어 도형이기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은유나 표현같은 것도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보면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이 많다.
단지 도형이란 소재를 잘 썼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백조 왕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지빠귀부리 왕’ 같은 여러 고전 동화들의 요소들을 가져와 이 책만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내기도 한데다, 현실의 문제를 꼬집음으로써 비판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이면서도 새롭고,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표현과 이야기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
틀에 맞춰 자신들을 바꾸었던 뾰족반듯단단 도형 나라의 사람들이나, 자기 안에 갇혀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왕과 달리 틀에 맞춰지고 나서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슬라임은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한다.